“귀 만지면 합격대상자” 암호/서울음대 입시부정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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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험일 새벽 심사위원끼리 연락/해묵은 악습 죄의식도 전혀 없어/약속사례금 안주면 담합하여 매장
검찰이 22일 발표한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사건은 그동안 나돌던 예능계 입시부조리를 단적으로 노출한 것일 뿐 아니라 심사원는 7명 전원이 부정에 관련됐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부정입학이 만연하는데도 대학 당국이나 교육부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현행 예·체능계 실기시험 방식에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실기평가 방법에 대한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심사위원 선정=현재 예능계 실기고사는 80년부터 시작된 교육부의 공동관리 시행원칙이 적용돼 서울지역의 경우 다른 대학의 교수들이 심사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음악·미술과목 강사이상 교수진들은 시험당일 오전 6시쯤 교육부로부터 심사할 대학을 통보받으며 이때부터 오전 7시까지 약 1시간동안 심사위원들끼리 전화연락으로 누가 어느 대학 심사위원으로 가는지를 확인하고 서로 부탁을 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평소 음악대학 수험 준비생들을 상대로 개인레슨을 해온 심사위원들은 제자가 응시한 대학에 심사위원으로 갈 경우 직접 나머지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의 신호에 따라 높은 점수를 주면 1천만∼5백만원씩을 주기로 약속한다는게 수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구속된 목원대 최교수는 부인 양혜숙씨(41·불구속)에게 레슨을 받은 수험생이 서울대에 응시했으나 자신은 대전지역 대학교수여서 서울대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지 못하자 심사위원 김대원씨에게 이 수험생의 플루트 연주음 특징을 알려줘 김씨가 이 수험생을 부정합격시키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된 김정숙씨의 딸은 평소의 레슨교수외에 시험 며칠전 구속된 김대원씨 등 2명에게 시간당 4만원씩을 주고 레슨을 받았음이 확인됐다.
한편 특정수험생의 음색을 찾아내기로한 심사위원은 약속에 따라 자신의 귀나 코를 만지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손목시계를 풀어 올려놓는 등의 눈에 띄는 행동으로 나머지 심사위원들에게 암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이던 상명여대 강사 문명자씨는 수험생인 자신의 딸이 연주할 때 자신은 수험생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채점에 참가하지 않아 공정성을 유지하는척 한뒤 사전에 다른 심사위원과 약속한대로 자신의 손바닥을 비비는 신호를 보내 딸을 합격시켰다.
◇사례비=심사위원들이 사례비를 받는 시기는 발표전이나 발표 후의 두가지.
만약 발표전에 사례비를 받았을 경우 불합격이 되면 돈을 돌려주는 것이 관행이다.
예능계에서 수험생이 합격했는데도 심사위원에게 약속한 사례비를 주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사례비를 주지 않을 경우 청탁을 한 레슨강사등은 「오리발」로 찍혀 그뒤 일체의 부탁이 통하지 않아 제자들을 합격시키는게 불가능해지는등 매장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문제점=검찰 수사관계자들은 이번 수사결과 예능계 실시시험에서의 부정은 오랫동안의 관행으로 되어 있어 구속된 관계자들이 거의 죄의식을 못느낄 정도였다고 밝혔다.
충분히 자력으로 합격할 수 있는 수험생의 부모들도 최소한 돈을 써야 합격이 가능하고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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