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高 과학동아리 UFO "엔지니어 되는 것이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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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경북 상주시 신봉동 상주고 과학동아리인 'UFO'의 학생 14명은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각종 모형 경주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상을 타오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주최한 '모형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에 9명이 세팀으로 출전해 1위와 6위.8위를 휩쓸며 전원 상을 타는 기염을 토했다.

고주환 지도교사는 "모형이라지만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동차나 함선을 척척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신통하다"며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지만 UFO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이공계 진학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번 태양광 자동차도 지도교사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학생들이 서울에 올라가 청계천과 세운상가를 돌며 직접 부품을 구해 만들었다.

"태양열 집광판을 갖고 다니며 부품 가게에서 모터마다 직접 연결해 봤어요. 같은 태양열로도 더 잘 돌아가는 성능 좋은 모터를 찾기 위해서였죠."(최연진.상주고 2학년.UFO 회장)

"우리 차가 다른 차보다 50g 정도 가벼웠던 게 우승의 비결 같아요. 그러면서 디자인도 뒤지지 않았고요."(성용호.상주고 1학년)

"다른 팀들은 집광판을 고정식으로 만든 데 비해 우리는 집광판이 태양열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꿀 수 있게 설계했어요."(박창규.상주고1학년)

학교에서 재료 구입비로 일년에 지원해 주는 돈 30만원을 알뜰히 아껴쓰고, 학생들 스스로 매달 2천원씩 회비를 거둬 마련한 돈으로 부품을 사모았다.

UFO는 원래 무선조정(RC) 모형차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였다. 그러다가 "조립만 하면 되는 무선조종 자동차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모형 태양광 자동차.모형 항공기.모형 함선을 직접 만드는 쪽으로 폭이 넓어졌다.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 대회, 한국항공대 총장배 모형항공기 입선대회 등 숱한 기계.발명 대회 입선 경력을 자랑한다. 지난 5월엔 해군참모총장배 모형 함선 만들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우승을 차지한 최연진군은 항공대에 진학해 비행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6위에 입상한 이형근(2학년)군은 친환경 자동차를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한다.

"어릴 때부터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에 미쳐 부모님께 꾸중도 많이 들었다"는 이형근군은 "라디오.시계.전화기.리모컨 등 집에 있는 웬만한 기계는 다 뜯어봤다"고 말한다.

UFO 학생들은 "각종 모형 배.비행기.자동차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만들다 보면 기계의 작동원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이렇게 쌓은 과학 지식을 앞으로 직업으로 연결시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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