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6년 만에 고독사했다, 엄마 이혼시킨 두 딸의 고백

  • 카드 발행 일시2024.04.30

날이 따뜻했다. 걱정부터 들었다.
빌라 3층 현장으로 올라가는 동안 ‘경험상’ 벌써 시취를 예감한다.

60대 남성의 고독사.
사흘 만에 발견.
나름의 ‘각오’를 하며 원룸 현관문을 열었다.

‘어??’
의외의 광경에 놀랐다.
입구부터 잘 관리된 화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약간의 시취가 느껴지긴 했으나, 다른 악취가 없었다.

다른 냄새.
중장년 남성들이 혼자 살다 혼자 죽은 좁은 방의 그 냄새들.
여성들과 달리 남자들의 방들이 그랬다.
대개 물건은 정리가 안 돼 있고, 방은 청소가 안 돼 있다.
구석구석 어디선가는 뭔가 썩어가는 쾨쾨한 냄새.

60대 남성이 살던 곳이라는 것을 미리 듣지 않았다면 어떤 여인의 죽음으로 착각했을 법했다.

잘 가꿔진 화분들.
버석대거나 끈적대지 않는 방바닥.
‘바닥’까지 추락하지 않은 생활의 영위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런데, 왜?’ 하는 순간….
의문이 풀렸다고나 할까.
화분들 사이사이로 빈 술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탁기를 놓는 다용도실에는 소주가 두 박스나 쌓여 있었다.

술.
나는 현장에서 수거하는 모든 술을 싱크대에 부어 버린다.
그런 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누군가는 술이 아깝다고 했다.
그걸 가져가서 마시면 되지 않느냐고….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마신다 한들 그 술을 가져다 마시랴.

내 직업은 술에 의지한 채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을 계속 본다.
왜 내가 가는 현장마다 술병이 가득한가.
그게 마약이라면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안 좋은 죽음의 현장에서 술병을 보는 것만도 지긋지긋하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한두 잔 하는 것이라면 말리진 않겠다.
그러나 내가 가는 곳에서 발견되는 술들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몸이 망가질 때까지 마신다.
망가진 몸이 아프면 그 고통을 잊는다며 또 술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