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이 반도체 국제분업 깼다…삼성·TSMC 담대한 동맹 띄울까

  • 카드 발행 일시2024.04.23

The Company

“자유무역은 죽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박사의 예언(2022년)은 이미 현실이다. 미국-중국 기술 전쟁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둘로 쪼갰고,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대만은 미·중 사이에 끼어 파닥이는 새우 신세다.

그간 치열하게 반도체 삼국지를 써온 ‘한국-대만-일본’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새로운 협력을 모색 중이다. 지난 2월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개소했고, 지난 19일에는 SK하이닉스와 TSMC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기술협력을 발표했다. 다만 일본-대만이 거액의 보조금과 제조기지를 주고받으며 국가 단위로 밀착하는 반면, 한국-대만 협력은 ‘엔비디아 납품사’끼리 제휴 단계다.

지난달 중앙일보와 만난 양광레이 국립 대만대 교수(전 TSMC R&D 시니어 디렉터)는 “대만 회사들은 한국을 강하게 경계한다”면서도 “이건 ‘제로 섬’ 게임이 아니므로 메모리-로직에서부터 양국 간 협력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과 TSMC, 한국과 대만이 경쟁을 넘어 ‘손 잡을 결심’을 하는 건 과연 필요할까, 아니 가능은 할까. 지난달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국제 포럼’을 중심으로 반도체 삼국의 물밑 기류를 살펴봤다.

목차

1. 반도체 삼국지, 세계화가 끝난 후에
2. 삼성은 그렇다 치고, TSMC가 왜?
3. 대만과 일본의 밀월, 한 끝이 모자라
4. 삼성과 TSMC는 만날 수 있을까
5. 담대한 구상 ‘아시아판 IMEC’, 현실성은

1. 반도체 삼국지, 세계화가 끝난 후에

글로벌 반도체 분업 구조가 흔들린다. ‘중국의 시장’을 빼고, ‘미국의 제조’를 더해서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하라니, ‘백종원 할아버지’가 와도 짜기 어려운 레시피다. 자유무역의 축복 속에 커온 한·일·대만 삼국은 조각 난 세계에서 눈치 게임을 시작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