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미역국 먹고 떠났죠” 하루키 번역가 ‘행복한 이별’

  • 카드 발행 일시2024.04.12

‘오겡키데스카~(おげんきですか?·잘 지내나요)’로 유명한 영화 원작 『러브레터』의 역자 권남희 작가는 일본 문학 팬들에겐 믿고 보는 번역가로 통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등 유명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30여 년간 번역한 일본어 작품만 300개가 넘습니다.

권 작가는 에세이도 직접 쓰는데, 5편에 모두 등장하는 주연·조연이 있습니다. 반려견 ‘나무’입니다. 서울 광진구 그의 집 거실에는 몇 해 전 떠나보낸 나무의 추모 공간이 있습니다. 매일 정화수를 따라 놓습니다.

동물이라면 끔찍했어요. 고양이가 호랑이처럼 보였으니까요. 꼬리가 다리에 스치기만 해도 비명을 질렀죠. 한 번은 출판사에 갔다가 사장실 안 고양이에게 포위돼 진땀을 흘렸습니다. 계약이고 뭐고 뛰쳐나오고 싶더라니까요. 반려견 있는 집에 갈 때도 ‘방에서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어요. 2006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거예요. 난감했지만 모른 체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늘 일정한 시간 집에 오던 정하가 30분 늦게 왔습니다.

“집에 와 봤자 엄마는 일만 하고…. 동네 한바퀴 돌다가 왔어.”

별일 아닌 척했지만, 아이를 외롭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밤새 고민하고 불렀어요. “그래 키우자!”

지금은 길고양이 사료를 챙기고 유기견 돕기 행사도 여는 권 작가는 댕냥이와 사는 이들이 헤어질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는 그가 미장원에서 수다 떨 듯 전하는 ‘행복한 이별’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나의 반려일지 5화 목록

1. 내가 돌연사하면 사인은 ‘심쿵사’
2. 생일상 먹고 진짜 배 터져 갔다?
3. 180년 英 셰리잔에 따르는 정화수
4.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나무에게

권남희 작가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고 싶어 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썼다. 사진 속 권 작가의 반려견 나무는 2020년 간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진 권남희

권남희 작가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고 싶어 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썼다. 사진 속 권 작가의 반려견 나무는 2020년 간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진 권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