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들은 계륵이야” 뇌물 풀세트 다섯 곳은 여기

  • 카드 발행 일시2024.04.03

〈제3부 룸살롱 황제와 비리 경찰②〉

(*단독 입수한 검찰 진술 내용을 독백 형태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잘들 지내쇼? 

늘 재밌어. 여기 경찰서에 들어와서 큰 소리로 인사하는 순간은. 인사를 받는 그들의 표정이 매번 똑같거든. 웃지도 울지도, 아는 체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는 그 어정쩡한 표정들.

한 경찰서의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중앙포토

한 경찰서의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중앙포토

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나를 반기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재킷 안주머니 속 봉투를 환영하는 거겠지만 말이야.

어디 보자. 오늘은 물이 어떤가. 어, 못 보던 얼굴인데? 아, 새로 왔다는 계장이구먼.

과장이나 계장 같은 간부들은 사실 계륵이야. 1년 뒤면 다른 곳으로 옮길 사람들이라 열과 성을 다해 모실 필욘 없단 말이야. 그렇다고 성의 표시를 안 할 수도 없고.

안녕하세요? 계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첫인사 때 껄끄러워하는 표정들도 하나같이 똑같아. 내가 누군지 이미 아는 거지. 처음이니 명함을 줘야지. 아차 이쪽 주머니가 아니었네. 여긴 오락실 명함인데, 이거 내밀었다가는 간부 나리들이 곤혹스러워할 수 있거든.

그래 여기 반대쪽 주머니에 있는 명함을 줘야지. XX 건설회사 대표. 이 정도는 줘야 혹여 서랍 뒤짐을 당해도 나리들이 민망하지 않지.

담배 피우러 나가시는 모양이네. 그럼 인사나 해볼까. 처음이니까 300만원 정도? 이렇게 봉투에 넣어서 서랍 속에 넣어두고 가면 서로 민망할 일 없지.

매달 주냐고? 아니. 간부들한테는 ‘월정’을 주진 않아. 아까 말했잖아. 별로 영양가 없다고. 이렇게 경찰서 한 번씩 올 때마다 200이나 300 정도 봉투에 담아 서랍 속에 넣어주면 되는 거야.

내가 월급 주는 건 반장들이야. 경찰서 방범과 안에 질서계, 여성청소년계 같은 곳이 있는데…. 뭐? 내가 누구냐고?

에고 이 정신머리하고는, 아직 내 소개도 안 했네. 물 한 모금 마신 뒤에 내가 누군지, 그리고 예전에 유흥업소들이 경찰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세세하게, 속속들이 다 얘기해 줄게. 기분 좋으면 나를 잡아넣은 그 현직 국회의원 양반 얘기를 해줄 수도 있으니 잘 따라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