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월 4000만원 상납” 2012년 룸살롱 황제의 고백

  • 카드 발행 일시2024.03.27

〈제3부 룸살롱 황제와 비리 경찰①〉

밤의 태양이 낮의 태양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하던 야광은 하늘의 광원을 게걸스레 빨아먹더니 점점 광량을 키워나갔다. 서울은 불야성(不夜城)으로 탈바꿈했다.

인공의 빛이 어둠을 몰아낸 신사역 네거리. 휘황찬란한 ‘로데오 유흥주점’ 간판 아래에 한 사내가 있었다. 172㎝의 중키에 갓 중년이 된 듯 보이던 그는 문밖을 뚫어지라 주시하고 있었다.

서행하며 갓길에 자리 잡는 검은색 렉스턴을 본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그는 우회 않고 곧장 그 SUV로 달려갔다.

‘똑똑.’
유리창이 내려왔다.

“이경백?”
“네. 맞습니다.”
“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운전대 앞에, 또 다른 한 명은 뒷좌석에 나른하게 몸을 파묻고 있었다. 거만했다.

“전화주신 이성철 형사님이시죠? 아이고 여기까지 행차하시게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뒷분은?”
“박경수야.”

보일 듯 말 듯 까딱거리는 머리에 대고 이경백은 또 한 번 몸을 굽혔다. 대화는 이성철이 주도했다.

장사 잘되냐? 우리 회사 직원들이 너 싸가지 있다고 하더라. 잘한다고 하더라.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해라.”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물장사로 보낸 반생. 그에게는 여러 개의 가면이 있었다. 이날 꺼내 쓴 건 굴복의 가면이었다.

“사실 인터넷 광고 때문에 왔어. 광고를 너무 선정적으로 심하게 한다고 첩보가 내려왔거든. 작작 좀 하지 그랬어?”
“아 그렇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성철이 씩 웃으며 몸을 뒤로 기울였다.
“어떻게 할까요?”

박경수는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성철이 입을 열었다.

1000만원만 준비해라.  

시세의 두 배. 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