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가짜 테이프’ 알고도…발표 미룬 검찰, 공범이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3.20

〈제2부 김대업과 정치·검찰⑤〉

차장님, 혹시 수사 결과 발표는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설핏 넘겨다본 서울지검 3차장의 책상 위에는 분명 그 종이 묶음이 있었다. 30페이지에 달하는 그 두툼한 자료는 분명 병무 특별수사반장 김경수(전 대구고검장) 자신이 만든 그것이었다.

서울지검장과 특수1부장, 그리고 분명히 법무부와 대검의 고위 간부들 방에도 복사본이 한 부씩 비치돼 있었을 게다. 어쩌면 몇 곳에서는 신경질적인 욕설과 함께 파쇄기 속으로 투척돼 세로로 길게 잘려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손한 채근에 대한 답변 역시 별반 새롭지 않았다.

응? 아 그거? 글쎄, 아직도 아무 말씀이 없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게임은 진즉 끝났다. 하지만 세상은 그 결과를 몰랐다. 누군가 출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테이프 조작 드러났다…돌연 입원한 김대업 

1999년 4월 확실한가요? 이거 2001년에 제작된 건데요? 

정모씨는 자신이 그 게임을 끝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김대업이 제출한 녹음 테이프 원본 속 단절음의 정체를 알기 위해 검찰이 부른 소니코리아 직원이었다.

김대업이 2002년 8월 30일 검찰에 제출한 녹음 테이프. 그는 1999년 3월 보이스펜으로 녹음한 조사 내용을 그 즉시 옮겨 담은 원본 테이프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테이프 자체가 2001년 제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

김대업이 2002년 8월 30일 검찰에 제출한 녹음 테이프. 그는 1999년 3월 보이스펜으로 녹음한 조사 내용을 그 즉시 옮겨 담은 원본 테이프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테이프 자체가 2001년 제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