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김대업과 정치·검찰④〉
박 부장, 김대업 아무래도 가짜인 것 같아.
지검장실은 광활했다. 여름의 잔열(殘熱)이 전도체를 찾아 허우적거리다 제풀에 주저앉을 지경이었다. 한없이 낭비되는 공간의 한쪽 귀퉁이에 탁자와 의자가 있었다. 거기 중년 남자 몇 명이 옹색하게 모여 앉았다.
주임검사로부터 수사 경과에 대한 보고를 받던 서울지검장과 서울지검 3차장이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특수1부장 박영관(전 제주지검장·이하 경칭 생략)은 불편했다. 얼마 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호통이 그 한숨과 오버랩됐다.
뭐? 이번 인사 때 자리 옮기겠다고? 야 인마, 너 혼자 살겠다는 거야?
박영관의 불만과 불안은 커지고 있었다. 야심 차게 시작한 병풍 수사는 그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지검장이 3차장과 민망한 듯 시선을 교환한 뒤 박영관에게 가만히 말을 건넸다.
“박 부장….”
박영관은 그다음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검장의 입에서 여지없이 그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