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권의 ‘검찰총장 패싱’…김대업 수사, 검찰 갈라졌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3.06

〈제2부 김대업과 정치·검찰③〉

총장님,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해 주십시오!

2002년 8월 1일 10여 명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검 청사를 점거했다. 그들은 ‘민주당 정치공작 진상조사특위’라는 거창한 이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직역 종사자들이 으레 그렇듯 사전 통지나 예약 같은 절차는 없었다.

무작정 서초동으로 밀고 들어와 검찰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그들은 결국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총장 이명재(이하 경칭 생략)와 마주한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명재 검찰총장이 2002년 4월 대검 청사를 방문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병풍 발발 이후 이뤄진 그해 8월의 면담은 이보다 덜 화기애애했을 듯하다. 중앙포토

이명재 검찰총장이 2002년 4월 대검 청사를 방문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병풍 발발 이후 이뤄진 그해 8월의 면담은 이보다 덜 화기애애했을 듯하다. 중앙포토

김대업은 서울지검 병무 비리 수사에 참여했던 사람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관련된 수사를 서울지검에서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해 주십시오.

정치의 성패는 겉과 속의 괴리를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그럴듯한 표면적 이유를 내세우면서 감춰진 속내를 관철해야 한다. 그때 그들이 진짜 원했던 건 ‘이해충돌 회피’ 따위가 아니었다.

그들은 한 사람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싶었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 박영관이었다.

‘DJ 검찰’의 ‘황태자’는 병풍 수사를 원했다

검찰은 배당으로 정치를 한다. 사건을 어느 부서가 맡느냐는 것만으로도 이해당사자들은 웃고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