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스타’도 심문했던 죄수…김대업, 이회창에 맞짱 떴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2.28

〈제2부 김대업과 정치·검찰②〉

조사실은 싸늘하다. 엄동(嚴冬)이라면 정도가 자심(滋甚)하다. 냉기의 강도는 피조사자의 사회적 지위에 정비례한다.

검찰 조사실은 은밀한 공간이다. 그곳의 모습이 외부에 공개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막판까지 일전을 벌였던 김경준씨는 그 극히 드문 사례 중 하나다. 故 김태성 중앙일보 기자는 2007년 11월 19일 밤 서초역 인근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초망원 렌즈를 이용해 350m 떨어진 서울중앙지검 10층 수사팀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김씨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포토

검찰 조사실은 은밀한 공간이다. 그곳의 모습이 외부에 공개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막판까지 일전을 벌였던 김경준씨는 그 극히 드문 사례 중 하나다. 故 김태성 중앙일보 기자는 2007년 11월 19일 밤 서초역 인근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초망원 렌즈를 이용해 350m 떨어진 서울중앙지검 10층 수사팀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김씨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포토

신년 벽두인 2002년 1월 4일 거기 붙잡혀온 김길부(전 병무청장·이하 경칭 생략)는 간신히 넋을 부여잡고 있었다. 삼성(三星) 장군 출신의 차관급 외청장이던 그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겪는 수모였다.

책상과 의자 몇 개,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긴급 체포와 밤샘 조사가 일상이던 시절이다)가 전부인 그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도 드나들었다. 검·군 병무 비리 합동수사반 소속 수사관인 그들은 김길부를 쥐락펴락하면서 혼을 빼놓았다.

서울지검이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에 앞서 11층에 마련한 조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부분의 검찰 조사실은 큰 틀에서 이 사진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중앙포토

서울지검이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에 앞서 11층에 마련한 조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부분의 검찰 조사실은 큰 틀에서 이 사진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중앙포토

마구잡이로 휘둘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책상 맞은편에는 단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두터운 패딩 점퍼를 입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저도 대구 사람입니다. 같은 대구 사람끼리 조사 좀 합시다.

그는 영락없는 수사관이었다. 그러나 그는 수사관이 아니었다.

수감자 김대업, 수의 차림으로 합수반 출정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기결수 김대업이었다.
그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건 2001년 3월. 합수반에서 한창 병역 비리 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하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