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도 이상하지만…그땐 DJ가 여론을 찢어놨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01
2001년 6월 20일 신문개혁국민행동이 서울 국세청 앞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즉각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2001년 6월 20일 신문개혁국민행동이 서울 국세청 앞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즉각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2회 2001년 DJ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희망과 예측을 적당히 버무린 결과일까. 과거의 내가 매사에 비관적이고 엄격한 편이었다면 나이든 요즘의 나는 좀 너그러워지고 덜 엄격해진 느낌이다. 혼자 앙앙불락(怏怏不樂)한다고 세상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고, 그러니 스스로를 괴롭힐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대해 크지는 않지만 믿음을 갖게 됐달까.

나빠져 봤자 얼마나 더 나빠지겠나 싶기도 하다. 이상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한동훈이 하는 행동도 이상하고, 이재명이 하는 행동도 이상하다. 내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이재명이 더 걱정되기는 하지만. 옛날 같으면 화가 나서 고함이라도 질렀을 텐데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물론 2001년에 나는 달랐다. 그해 DJ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여론을 갈가리 찢어놨다고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나라가 두쪽 날 것처럼 찬반으로 나뉘어 격하게 대립하더니 삽시간에 열기가 식어버렸다. 내가 DJ를 정서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DJ가 대통령이 돼도 무방하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지지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가 대통령이 돼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최소한 지역감정 해소에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는 아주 강한 정치성, 나쁘게 말하면 억압의 의도성 같은 것이 표출됐다고 느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랬다 하더라도 나는 그냥 침묵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대안 없는 부정과 부인이 유일한 존립 목적이라고 규정한 네거티브 세력이 공교롭게도 언론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해 전인 2000년 2월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 홍위병을 돌아보며에서 걱정했던 대로 정권과 시민단체가 결탁하는 모양새였다.

DJ 갑작스럽게 타율적인 언론개혁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