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 퍼터 바꾸고 펄펄…매킬로이, 조언해 줬다 당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3.27

20세기 최고의 볼스트라이커 중 하나로 불리는 벤 호건은 다른 건 다 잘했지만 퍼트는 잘 못했다. 그는 여러 차례 “골프와 퍼트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푸념했다. 퍼트를 없애고 홀 주위에 양궁 과녁처럼 원을 그려 누가 가까이 붙이는가로 승부를 가리자는 제안도 했다. 퍼트 입스에도 걸렸다. 동시대를 산 샘 스니드는 “호건이 퍼트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 한 대를 다 피워도 될 정도였다”고 했다.

스코티 셰플러는 21세기의 벤 호건이라고 할 만 하다. 그는 호건처럼 볼을 매우 잘 쳤으나 그린에 올라가면 헤매는 선수였다.

2022년 마스터스에서 스코티 셰플러가 그린 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셰플러는 마지막 홀에서 4퍼트를 하고도 우승했다. AFP=연합뉴스

2022년 마스터스에서 스코티 셰플러가 그린 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셰플러는 마지막 홀에서 4퍼트를 하고도 우승했다. AFP=연합뉴스

셰플러가 어떤 선수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회는 2022년 마스터스다. 셰플러는 마지막 홀 4퍼트를 하고도 우승했다. 퍼트를 잘 못하지만 다른 샷을 워낙 잘하기 때문에 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열린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셰플러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이 대회에서 퍼트를 제외한 모든 샷의 합산 통계인 ‘타수 이득 : 티에서 그린까지’ 수치는 5.17이었다. 4라운드로 치면 평균에 비해 21타를 앞섰다. 셰플러는 드라이버도, 아이언도, 그린 주위 웨지도 완벽했다.

그러나 우승하지 못했다. 셰플러는 ‘티에서 그린까지’는 1등이었고, 퍼팅에선 꼴찌였다.

타수이득이란

Stroke Gained(SG, 타수 이득) 통계는 컬럼비아대학 교수 마크 브로디가 만든 것으로 개별 선수의 기량을 출전 선수들의 평균과 비교해 계량화한 것이다. 골프 통계 중 가장 정교하며 2004년 PGA 투어를 시작으로 다른 투어에도 보급되고 있다.

원리를 알면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8번 홀(파 5, 570야드)의 출전 선수 평균 스코어가 5.0이라고 가정하자. 홀아웃하기까지 평균 5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셰플러가 티샷 후 250야드가 남았으며 이 지점에서 출전 선수들은 평균 3.5타로 홀아웃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셰플러의 티샷의 가치는 5(총 타수)-3.5(남은 타수), 그러니까 1.5타다. 셰플러는 티샷 한 타를 쳐서 1.5타의 가치를 얻었으므로 0.5타 이득을 얻은 것이다. 셰플러의 티샷은 타수 이득 +0.5다.

셰플러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10m를 남겨 뒀으며 이 거리에서 출전 선수들은 평균 1.9타로 홀아웃했다고 다시 가정하자. 셰플러의 두 번째 샷 타수이득은 1.6이다. 출전 선수들이 평균 3.5타로 홀아웃하는 지점에서 한 타를 쳐서 1.9타로 홀아웃 하는 지점까지 갔으므로 그의 두 번째 샷은 3.5-1.9, 즉 1.6타의 가치가 된다. 셰플러는 두 번째 샷으로 0.6타를 번 거다.

셰플러가 3번째 샷을 홀에 넣어 이글을 기록했다면 선수들이 평균 1.9타에 해결하는 걸 1타에 끝냈으므로 0.9타를 얻게 된다. 셰플러는 이 홀에서 티샷에 0.5타, 어프로치샷(한국에선 그린 주위의 샷을 말하지만 서양에선 그린을 향해 치는 샷을 말한다)에서 0.6타, 퍼팅에서 0.9타, 총 2타를 번 거다.

만약 이 홀의 출전 선수 평균 스코어가 4.5라면 셰플러는 1.5타를 번 거고 평균 스코어가 5.5라면 셰플러의 타수이득은 2.5타다.

이 통계를 내려면 모든 선수들의 정확한 샷 지점들이 측정되어야 한다.

스코티 셰플러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8번홀 그린에서 버디퍼트가 아깝게 빗나간 후 퍼터를 던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8번홀 그린에서 버디퍼트가 아깝게 빗나간 후 퍼터를 던지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