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쿤(대만의 첫 국산 잠수함) 관련 기밀 파일이 한국 정보기관에 넘어갔다.
지난해 9월 말, 대만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이다. 같은 달 28일 하이쿤 진수식이 열린 직후이자, 올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 ‘기밀 파일’이 올 1월 초 한국과 대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우조선해양 잠수함 도면 대만 유출’ 사건의 시발점이 된 ‘판도라의 상자’다.
판도라의 상자에 담긴 3000개의 파일
한국 언론은 ‘한국에서 대만으로 유출’, 대만 언론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유출’을 각기 정반대로 보도한 이 파일엔 뭐가 담겼을까. 지난달 중순 만난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무려 3000여 개의 파일이 ‘편집된 폴더’에 담겨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대만으로 유출됐다고 잘못 알려진 독일 하데베(HDW)의 잠수함 도면도 거기에 있었다.
이 파일의 최초 폭로자는 대만 국민당(KMT) 마원쥔(5선) 의원. 마 의원에게 이 파일을 넘긴 이는 한국인 지모씨. 해군 중령 출신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다가 2020년 SI이노텍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SI이노텍은 잠수함 도면 유출 사건에 연루된 한국 중소업체다. (‘사드 보복’ 우려돼 수사했나…잠수함 업체, 스파이 몰렸다② 참조)
지씨는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떤 경로로, 어떻게 모았을까. 그는 현재 대만에 머물며 대만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출국 금지 상태다. 중앙일보는 지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I이노텍 측 설명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