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살인사건 같다”…이래선 방산 스파이 못 막는다③

  • 카드 발행 일시2024.03.04
지난해 9월 28일 하이쿤 진수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28일 하이쿤 진수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 AFP=연합뉴스

하이쿤(대만의 첫 국산 잠수함) 관련 기밀 파일이 한국 정보기관에 넘어갔다.

지난해 9월 말, 대만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이다. 같은 달 28일 하이쿤 진수식이 열린 직후이자, 올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 ‘기밀 파일’이 올 1월 초 한국과 대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우조선해양 잠수함 도면 대만 유출’ 사건의 시발점이 된 ‘판도라의 상자’다.

대만 잠수함 기밀 유출 사건을 보도한 대만 영자신문. 타이베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대만 잠수함 기밀 유출 사건을 보도한 대만 영자신문. 타이베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판도라의 상자에 담긴 3000개의 파일  

한국 언론은 ‘한국에서 대만으로 유출’, 대만 언론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유출’을 각기 정반대로 보도한 이 파일엔 뭐가 담겼을까. 지난달 중순 만난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무려 3000여 개의 파일이 ‘편집된 폴더’에 담겨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대만으로 유출됐다고 잘못 알려진 독일 하데베(HDW)의 잠수함 도면도 거기에 있었다.

이 파일의 최초 폭로자는 대만 국민당(KMT) 마원쥔(5선) 의원. 마 의원에게 이 파일을 넘긴 이는 한국인 지모씨. 해군 중령 출신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다가 2020년 SI이노텍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SI이노텍은 잠수함 도면 유출 사건에 연루된 한국 중소업체다. (‘사드 보복’ 우려돼 수사했나…잠수함 업체, 스파이 몰렸다② 참조)

지씨는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떤 경로로, 어떻게 모았을까. 그는 현재 대만에 머물며 대만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출국 금지 상태다. 중앙일보는 지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I이노텍 측 설명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