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우려돼 수사했나…잠수함 업체, 스파이 몰렸다②

  • 카드 발행 일시2024.02.26

2019년 초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직원들 사이에 묘한 소문이 퍼졌다. 해군 대령 출신이 설립한 업체가 대만에서 잠수함을 만들 기술자를 모은다는 얘기였다. 지난달 거제 옥포동에서 만난 한화오션 임원은 당시를 또렷이 기억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대만의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 진수식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열린 대만의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 진수식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그 업체에서 ‘콜’을 받은 직원만 30~40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파다했지요. 그리고 실제로 전·현직 직원 10여 명이 그 회사에 합류해 대만으로 넘어갔습니다. 잠수함 건조·공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도 여러 명이었습니다.

대만으로 넘어간 잠수함 베테랑 기술자들  

이 업체가 바로 ‘한국 잠수함 도면 대만 유출사건’에 연루된 SI이노텍이다. 지난해 말 경찰이 도면 유출 혐의로 입건한 조모씨와 최모씨도 이때 SI이노텍에 합류했다. 2016년 대우조선에서 퇴직한 조씨는 특수선 선체 건조부에 일했고, 최씨는 공정관리팀 소속이었다. 해군 대령으로 예편해 대우조선해양 잠수함 선체구조 담당 부서에서 일했던 또 다른 최씨도 당시 SI이노텍에 합류했다.

대만 가오슝에 있는 대만국제조선공사(CSBC) 잠수함 건조 시설. AP=연합뉴스

대만 가오슝에 있는 대만국제조선공사(CSBC) 잠수함 건조 시설. AP=연합뉴스

소문은 금세 국정원 안테나에 걸렸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와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방사청) 등도 이 업체가 대만 잠수함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당시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뚜렷한 액션(혐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무사도 첩보를 통해 인지했지만, 본격적으로 수사 개시는 하지 않았다. (기무사 관계자)

현직 직원이 SI이노텍과 K사 등으로 이직하려 한다는 제보가 있어 국정원에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 대우조선해양 자체 감사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당시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화오션 관계자)

그리고 2년여 뒤 SI이노텍은 잠수함 장비를 대만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1심 유죄(2022년 8월), 2심 무죄(2024년 1월). 검찰은 상고했다.

여기서, ‘2월 19일자, 한국 잠수함 도면 대만 유출 미스터리①’에서 밝힌 대로 검찰이 SI이노텍을 기소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 방사청 자문회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