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머리엔 뱀 똬리 놓였다, 45년 머리카락 안 깎은 수행자

  • 카드 발행 일시2024.02.28
“삶이 고통의 바다”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삶은 자유의 바다”라고 역설하는 붓다의 생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붓다뎐’을 연재합니다. ‘종교’가 아니라 ‘인간’을 다룹니다. 그래서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지지고 볶는 일상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살아갑니다. 그런 우리에게 붓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가 돼라”고 말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돼라”고 합니다. 어떡하면 사자가 될 수 있을까. ‘붓다뎐’은 그 길을 담고자 합니다.
20년 가까이 종교 분야를 파고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예수를 만나다』『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등 10권의 저서가 있습니다. 붓다는 왜 마음의 혁명가일까, 그 이유를 만나보시죠.

⑦생로병사의 해법…아들아,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불교는 물음의 종교다. 묻지 않는다면 불교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게 어떤 물음일까. 삶과 인간과 우주에 대한 물음이다. 불교의 첫 단추도 그랬다. 2500년 전 인도에서 불교를 창시한 붓다에게도 첫 물음이 있었다. 그는 그 물음으로 인해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손수 머리를 깎고서 출가했다.

인도 룸비니에서 만난 출가 수행자 사두. 그는 45년간 깎지 않은 머리카락을 풀어서 보여주었다. 싯다르타가 2500년 전에 만났던 사문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백성호 기자

인도 룸비니에서 만난 출가 수행자 사두. 그는 45년간 깎지 않은 머리카락을 풀어서 보여주었다. 싯다르타가 2500년 전에 만났던 사문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백성호 기자


#누구나 늙는다

어떤 물음이었을까. 싯다르타가 출가하고, 불교가 존재하게 했던 첫 물음. 그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답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이른바 ‘사문유관(四門遊觀)’이다. 왕자가 카필라 성의 동ㆍ서ㆍ남ㆍ북, 4문을 나가서 목격하는 인간 삶의 적나라한 풍경이다. 불교에서는 그 풍경을 한마디로 ‘고(苦)’라고 부른다.

어느 날이었다. 싯다르타 왕자는 성의 동문 밖으로 나갔다. 거기서 한 노인을 만났다. 초라했다. 하얗게 센 백발에, 이빨은 빠지고, 등은 구부러져 있었다. 발걸음 떼는 일조차 힘겨워했다. 어린 왕자의 눈에는 낯선 광경이었다. 궁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싯다르타는 수행하는 시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뭔가?”
“늙은 사람입니다.”
“늙는다는 게 뭔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늙습니다.
 태어난 이는
 누구나 늙게 마련입니다.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왕자는 충격을 받았다. 그게 몇 살 때쯤이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 늙음의 풍경은 초라하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빨도 빠지고, 등도 구부러진다. 몸을 움직이는 일조차 힘들어진다. 이게 늙음이다. 그런데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그의 계급이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늙음에는 귀천도 없다. 고귀한 사람이든 비천한 사람이든, 누구나 삶의 한 지점에서 만나야만 하는 풍경이다. 그 이름이 ‘늙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