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 원청 물어 거물 됐다”…마약 ‘앞방’이 푼 업계의 비밀 ⑦

  • 카드 발행 일시2024.02.06

마약의 끝? 결말은 중독돼 죽거나,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요. 그나마 검거되면 운 좋은 셈이죠.

지난해 12월, 취재팀은 마약 밀매 조직원 P를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는 "마약 중독자는 결국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검거되는 것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며 마약의 폐해를 경고했다. 정유진 기자

지난해 12월, 취재팀은 마약 밀매 조직원 P를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는 "마약 중독자는 결국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검거되는 것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며 마약의 폐해를 경고했다. 정유진 기자

후줄근한 황갈색 수의를 입은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마약 밀매조직원이었다. 그것도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구속 피고인.

‘마약 루트’ 취재팀은 ‘날것’이 듣고 싶었다. 수사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정보가 아니라 ‘현업’ 종사자의 입에서 나오는 생생한 정보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마약을 밀매한 이를 만나야만 했다.

마약 구매자를 가장해 판매자에게 접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있는 ‘드로퍼(dropper, 전달책)’가 업계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건 기본이고,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낼 의향도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수사기관 등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P를 알게 됐다.

그는 ‘타노스’로 불리던 업계 큰손 최모씨의 ‘앞방’이었다. 기계를 몰래 들여와 직접 엑스터시를 생산, 판매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 바로 그 타노스다.(④회 참조)

마약루트

‘앞방’은 해외에서 은밀하게 보낸 마약을 국내에서 받는 일을 한다.

그와 마주 앉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사기관·변호인·주변인을 통해 설득하고 또 설득해 간신히 반승낙을 받아냈다. 그런데, 그가 1심에서 10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바람에 파투를 놓아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뻔하기도 했다.

P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는 또다시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보람이 있었다. 취재진은 어렵사리 만난 P를 통해 마약의 유통 및 남용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살아 숨 쉬는 ‘업계’의 생생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가공은 사족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기사 하단에 P와의 인터뷰 내용을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 첨부돼 있습니다.)

언제부터 마약을 팔기 시작했나요.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됐습니다.  
타노스를 만난 것은 언제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