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이젠 한국서 찍는다” 마약 공장 만든 28세 ‘타노스’ ④

  • 카드 발행 일시2024.01.17

공장에서 직접 물건 받는 사람은 다섯 명도 안 될 걸요?

중앙 플러스

전용 콘텐트입니다.
이용권 구매 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난 P는 한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에 따르면 그 인물, 최모(28)씨는 해외 마약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넘겨받는 거물이었다.

P는 최씨의 ‘앞방’ 노릇을 했다.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은 뒤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드로퍼’에게 넘겨주는 역할이다.

마약 루트 취재팀은 마약 업계의 살아있는 정보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마약 유통 과정에 관여한 인물의 증언이 필요했다.

수사 기관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P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쉽게 나서려 하지 않던 그는 끈질긴 설득 끝에 취재팀과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한 속죄의 뜻에서다.

그의 입에서는 살아 숨쉬는 ‘업계’의 생생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중 하나가 최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P와 수사 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부터 네덜란드와 미국·동남아 등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마약을 들여와 전국에 뿌렸다. 그 중에는 동남아 마약 공장과 직접 거래해 들여온 물량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팀의 귀를 사로잡은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앞으로 ‘캔디’는 한국에서 찍는다.

지난해 4월 텔레그램에 최씨의 메시지가 뿌려졌다. 캔디는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즉 ‘엑스터시’를 가리키는 은어다. 지금껏 수입해 팔던 엑스터시를 아예 국내에서 제작하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그는 엑스터시를 찍어낼 수 있는 프레스 기계를 해외에서 은밀하게 들여왔고, 텔레그램에 그걸 찍은 동영상도 전송했다.

흡사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직접 최상급 필로폰을 제조·판매해 마약계 거물이 되는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전개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포스터.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가족의 앞날을 걱정해 마약을 만들어 판다는 파격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진 소니픽쳐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포스터.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가족의 앞날을 걱정해 마약을 만들어 판다는 파격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진 소니픽쳐스

그는 자신에게 ‘타노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끝판왕, 바로 그 ‘타노스’였다. 마약 제조 장비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수만 명을 중독시키겠다는 ‘야심’이 담긴 듯 했다.

그는 과연 야심을 이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