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한동훈과 SK②〉
검사님, 손님이 오셨답니다.
누군데요?
회장님 부인이랍니다.
회장? 어느 회장?
최태원 회장요.
기습이었다. 그가 들이닥친 건 2003년 2월말이었다. 서울지검 형사9부 검사 한동훈(전 법무부 장관,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하 경칭 생략)의 머리가 무거워졌다.
뜻밖의 방문객을 소환한 기억은 없었다. 그는 남편 또는 남편이 회장으로 있던 SK의 범죄 혐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참고인도 아니었고, 피의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검찰과 몇 차례 편치 않은 연을 맺었던 그가 즐거운 마음으로 왔을 리도 없었다. 그, 노소영(현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제 발로 나타난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다.
구속된 남편, SK 회장 최태원 때문이었다.
남편을 구속한 수사 검사 입장에서 그와의 만남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가 수사에 도움되는 정보를 줄 리 만무했으며 자칫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새 정권과 각을 세워 가며 수사를 강행하느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SK 수사팀이었다. 한동훈의 고민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대통령의 딸, 재벌의 아들과 결혼하다
노소영은 대통령의 딸이었다. 12·12 쿠데타를 함께 성공시켰던 전임자이자 친구의 뒤를 이어 부친이 대권을 잡은 바로 그해, 그는 재벌의 아들과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