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한동훈과 SK①〉
월요일은 무겁다. 휴식의 뒤끝, 손과 발은 무디다. 서울의 중심인 사대문 안, 거기서 밥을 벌고 있던 샐러리맨들이 무겁고 무딘 오전을 보내던 한 월요일이었다.
그들의 생체리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긴장감과 살기가 인근에서 감지됐다. 그걸 뿜어내던 월요일의 ‘소수파’는 꼭 60명. 그들의 손과 발은 일촉(一觸)이면 즉발(卽發)할 것처럼 움찔거리고 있었다.
시계 종이 열 번 울릴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지금입니다. 모두 출동하세요.
팽팽하던 긴장감 덩어리들이 폭발했다. 뒤로 한껏 당겼다 놓은 스프링 장난감처럼 튕겨나간 그들은 일제히 표적의 중심으로 돌진했다.
그들 중 가장 큰 무리가 종로구 서린동의 한 대형 빌딩으로 진격했다. SK그룹 본사인 SK서린빌딩이었다.
방호원들이 대경실색하며 그들을 막아섰고, 급보를 듣고 달려온 직원들이 인간 바리케이드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대는 예상 밖의 대병력이었고 빨랐다. 그들은 오프사이드 트랩 깨뜨리듯 손쉽게 그걸 돌파했다.
그 난입은 합법적이었다. 그들은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의 각 부에서 차출된 검사와 수사관들이었다. 전날 밤늦게 발부된, 따끈따끈한 압수수색영장을 쥐고 있었다.
적진을 뚫고 앞장선 선두 그룹은 33층의 가장 큰 방으로 진격했다. SK그룹 구조조정본부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미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게다가 두 명이 마중 나와 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반겼다.
한 명은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수석검사 이석환(전 청주지검장·이하 존칭 생략)이었고, 다른 한 명은 말석이나 다름없던 초임 검사 한동훈(전 법무부 장관,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다.
두 검사는 어떻게 건물 안에 미리 들어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