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마약과 싸웠던 그 캐디, 이젠 ‘임성재 샷’에 중독됐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1.31

임성재가 버디를 잡을 때마다 캐디가 주먹을 불끈 불끈 쥐었다. 지난 8일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열린 PGA 투어 개막전 더 센트리 대회에서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캐디가 기뻐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임성재의 캐디는 감정 표현이 많았다. 마치 자신이 선수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볼을 핀에 붙이고 먼 거리 퍼트를 넣은 것처럼.

임성재는 이날 무려 버디 11개를 잡았다. PGA 투어 역사상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은 버디 34개를 잡은 선수가 됐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은 후 임성재와 캐디가 얼싸안았다.

더 센트리에서 경기하고 있는 임성재와 그의 캐디 윌 윌콕스. USA TODAY=연합뉴스

더 센트리에서 경기하고 있는 임성재와 그의 캐디 윌 윌콕스. USA TODAY=연합뉴스

“나는 PGA 투어 카드를 가진 마약 중독자였다.”  

2022년 4월 파이어핏콜렉티브라는 미국 골프 매체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윌 윌콕스라는 선수의 20년 마약 투쟁기다. 골프는 스트레스가 많다. 마약 복용 소문이 종종 나온다. 윌콕스의 고백을 기술한 이 기사는 골프계에서 나온 가장 솔직한 마약 중독과 이에 대한 극복 얘기다.

임성재의 캐디 윌콕스는 1986년생으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PGA 투어와 콘페리 투어(2부 투어)에서 뛰었다. PGA 투어 중계를 많이 본 사람은 그의 얼굴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6년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7번 홀에서 그가 홀인원 후 피칭 웨지를 집어던지고 캐디에게 달려가 번쩍 안기는 장면은 매년 대회 때마다 재생된다.

그의 어머니 킴 윌콕스는 고교 시절 남자들로 구성된 학교 골프팀 에이스였다. 결혼과 출산 때문에 LPGA 투어는 가지 않고 앨라배마주 시골 동네인 펠시티에서 골프를 가르쳤다. 물론 아들 윌에게도 골프를 알려줬다.

골프를 제외하면 윌콕스의 성장 환경은 좋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질병 때문에 가정 분위기는 우울했다. 그가 자란 동네는 마약 중독자가 많은 곳이었다. 윌콕스의 고교 친구 7명 중 3명은 1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고, 3명은 마약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