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자식 잡아먹을 사주”…숨 넘어간 엄마 숨 돌린 곳

  • 카드 발행 일시2024.01.19

수련의 시절 병실에서 심한 과호흡이 온 한 여자 환자를 본 적이 있다. 한 병실의 어머님들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의료진을 부르기에 뛰어간 병실에서 환자는 과호흡으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숨이 껄떡껄떡 넘어간다’는 문장 그대로 가슴을 들썩이면서 헐떡이고, 흰자위가 희끗희끗 보이게 눈이 계속 뒤로 돌아가며 숨을 겨우 쉬고 있었다. 산소포화도 수치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그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난리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병원 분위기도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내 담당 환자는 아니어서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처치를 돕지 못했지만 그날 밤, 당직을 서면서 사정을 듣게 됐다.

십수 년 전에 아들을 잃은 환자였다. 명확하게 듣지는 않았지만 아들은 스스로 계획을 했던 것 같다. 큰 아픔이었겠지만 시간이 흘러 마음에 잘 묻어뒀다고 생각하고 일상을 살던 중에 입원할 정도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점을 보러 갔다가 “자식을 잡아먹을 사주다”라고 들은 일과 남편과 다투던 중에 “당신이 그때 아이에게 그러지만 않았어도…”라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 이때부터 발생한 불면, 두근거림, 가끔 숨을 쉬지 못하는 증상으로 병원에 온 것이었다.

병원에서 다시 과호흡이 온 것은 다른 환자와의 대화 직후였다.
“제가 사실 아들을 먼저 보냈어요.”

“아이고. 언제 그랬대”
“조금 됐어요. 십 년도 훨씬 더 됐죠.”
“이제 벗어나야지. 계속 잡아두면 안 돼요.”

대화는 끝났지만 환자는 저 말들이 계속 머리에 남았던 것 같다. 결과는 과호흡이었다. 다른 환자들과 격리돼 숨을 다듬고 있던 환자는 앞에 누가 있건 없건 끊임없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