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해요” 뜻밖의 한마디…암 환자가 초짜 의사 살렸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1.26

얼마 전, 병원을 지나는데 누가 뒤에서 나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혹시, 김은혜 선생님인가요?”
돌아보니, 내가 인턴 첫날 제일 처음으로 뵈었던 여성 환자분이었다. 대장암 항암치료를 받는 3년 동안 우리 과에 계속 오셨는데 그 후로는 연락이 끊겨, 어쩌면 돌아가셨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가슴 한쪽에 묻어두었던 환자였다. 하지만 수년 만에 만난 환자의 얼굴은 오히려 내가 못 알아볼 정도로 건강한 혈색을 지니고 있었다.
“저 완치되고도 몇 년 지났어요. 지금은 진단받기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게 보내고 있어요.”

꽤 오랜만에 내가 담당했던 환자 중 완치 판정을 받고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경우를 마주한 날이었다. 새삼 누군가의 희망이 또 다른 혹자에게도 벅찬 감정을 정말로 불러일으킬 수 있구나 싶은 감회를 느꼈다. 어쩌면 이날 만났던 환자가 내 첫 환자이자 가운을 입은 이래로 가장 서툴렀던 때에 함께했던 분이어서 더 설명하기 힘든 감격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대학병원엔 ‘초짜 인턴’이 많기 마련이다. 한방병원이라 하면 한방 치료 도구들만 잘 다루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적어도 대학병원급의 한방 인턴은 의대 인턴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처치 기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한 명의 의료 인력이라도 더 투입돼 최대한 많은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병원의 지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