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후폭풍 몰아친 쑥꿀레…오매! 고향은 목포 아니랑께~

  • 카드 발행 일시2024.01.17

국내여행 일타강사⑭ 목포 원도심 

20년 넘게 여행기자로 살다 보니 지방에 가면 동네 말투를 제법 따라 한다. 가령 경북 안동에서는 “식사하셨슴껴?”라고 안부를 묻고,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완?” 하며 슬쩍 말꼬리를 올리고, 강원도 강릉에서는 “마이 아나?”라고 무심하게 말을 맺는다. 좁은 땅덩어리라지만, 여전히 지방은 저마다의 언어로 다르다. 나로서는 고유의 억양을 활자로 전달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입에 착 달라붙는 건 역시 호남 말투다. 특히 전남 목포를 내려가면, 말을 듣고 말을 따라 하는 게 제일 재밌다. 이를테면 나는 다음과 같이 목포를 예찬한다. 나는 유달산 자락의 ‘귄있는’ 골목을 사랑하고, 목포오거리 노포의 ‘게미진’ 음식을 사랑하고, 목포 어시장의 ‘포로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귄있다’는 ‘정이 간다’를, ‘게미지다’는 ‘맛있다’를, ‘포로시’는 ‘간신히’를 뜻한다. 이 중에서 제일 흉내내기 어려운 건 ‘포로시’다. ‘귄있다’는 ‘귄’만 조금 늘려 말하면 비슷하고 ‘게미지다’는 ‘개미지다’로 발음해도 통하는데, ‘포로시’는 여간해선 느낌이 안 산다. ‘포로시’의 가운데 글자 ‘로’는 ‘도’도 아니고 ‘로’도 아닌 중간의 무엇이고(‘포도시’가 맞는다는 목포 사람도 많다) ‘로’와 ‘시’ 사이에 살짝 가락을 얹혀야 한다. 이 말투가 사무쳐 나는 목포를 사랑한다.

목포 최고의 관광자원은 ‘어제’라는 시간이다.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 흔한 구절만큼 목포를 오롯이 드러내는 수사(修辭)도 없다. 목포는 100년 전 어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전국 최고의 모범 사례다. 목포에는 국립공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그 흔한 해수욕장도 없다(배 타고 나가는 외달도에 하나 있다). 목포가 자랑하는 음식도 실은 목포 바깥에서 들어온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목포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목포 하면 음식부터 떠올린다. 귄있는 목포, 게미진 목포를 만나는 여행법을 알려드린다. 일타강사도 긴 세월 포로시 배운 비법이다.

목포 만호동 근대화거리에 붙어 있는 환영사. 한 자 한 자 정겹다. 손민호 기자

목포 만호동 근대화거리에 붙어 있는 환영사. 한 자 한 자 정겹다. 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