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와 모텔 항공샷 찍혔다, 불륜남 떨게한 카톡의 정체

  • 카드 발행 일시2023.12.27

국내 탐정 업계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세 가지 대표적인 사기 행각은 ‘먹튀, 양방, 핑’이다.

‘먹튀’는 말 그대로 의뢰인의 선수금만 받아 챙긴 뒤 일체의 조사 없이 잠적하는 행위다. ‘양방’은 의뢰인과 조사 대상자 양측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것으로 한때 불법 스포츠 도박판에서 모든 경우의 수에 판돈을 건다는 ‘양방 베팅’에서 유래됐다. 보이스피싱을 의미하는 ‘핑’은 더 집요하고 심각하다. 조사 과정에서 상대의 약점이 될 만한 증거를 확보한 후 협박 수단으로 삼아 달돈을 챙기듯 조사 대상자로부터 주기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업계에 양아치가 너무 많다.”
6년 차 탐정 김모(31)의 쓴소리다. 성심성의를 다해 의뢰 내용을 수행하는 탐정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2020년 탐정이란 명칭을 달고 영업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업계의 물이 흐려졌다고 그는 지적한다. 채권 추심과 도·감청, 청부 폭행 등을 주업으로 삼은 불법 심부름센터가 과거를 숨기고 멀쩡한 탐정 업체인 양 홍보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출신이 불분명하거나 조직에서 밀려난 조폭 출신이 신분을 숨기고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탐정이란 명칭에서 불법이 내포된 듯한 뉘앙스가 묻어나는 이유다. 결국 아무나 뛰어들면서 간절한 심정으로 탐정 업체를 찾는 의뢰인만 졸지에 피해를 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더믿음’ 탐정사무소 김모(31)씨. 그는 취재 과정에서 유일하게 업체명 공개에 응했다. 안덕관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더믿음’ 탐정사무소 김모(31)씨. 그는 취재 과정에서 유일하게 업체명 공개에 응했다. 안덕관 기자

탐정 업계의 은어 ‘먹튀, 양방, 핑’

“처음 의뢰를 맡긴 업체에 700만원 정도 뜯겼다.” 12월 14일 밤, 서울 영등포의 ‘더믿음’ 탐정사무소에서 문성현(가명·48)씨가 털어놨다. 필라멘트 수명이 다해 가는 형광등 아래 그의 낯빛은 어두웠고 눈 밑이 도드라져 보였다. 전주에 사는 그는 한 달 전 전봇대에 붙은 탐정 업체의 전단을 보고 연락을 걸었다.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되다가도 신경이 예민한 탓일 거라 고개를 젓던 게 벌써 6개월째. 그날만큼은 쉽게 털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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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정을 듣더니 금방 해결되는 건수라고 했다. 조사 기간은 2주, 선수금 300만원을 요구했다.” 높은 액수에 기가 막혔지만 “이혼소송은 남자가 불리하다. 상대 약점이 없으면 양육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업자의 회유에 넘어갔다.

하지만 진전이 없었다. 최소한 배우자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진이라도 보내 달라고 하면 “기다리시라”는 답장만 왔다. 그리고 기한이 다가오자 배우자가 청소 용역으로 일하는 건물 사진을 보여준 뒤, “거의 다 확보했다. 2주만 더 연장하자”며 300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다만 업자는 건물 내 학원 원장이 수상하다고 단서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