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부와 ‘두집 살림’ 사장님…공사 당한 뒤 복수전 ‘말로’

  • 카드 발행 일시2023.12.20

유흥업소 접대부들의 지상 과제란 화류계에서 탈출하거나 마담으로 승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업계에 진입하면서 마담에게 빌린 ‘마이킹’(선급금)을 갚아야 한다. 무이자 대출이라는 이 편리한 제도는 마담이 접대부들을 관리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족쇄를 걸어두지 않으면 접대부가 멋대로 경쟁 업소에 출근하거나, 에이스급이 됐을 때 업소에 갑질을 하는 등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마이킹으로 재테크를 하는 접대부는 거의 없다. 대부분 명품 구매나 성형 시술 등 사치에 돈을 태운다. 일반인의 몇 배는 더 버는 접대부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돈 많은 스폰(서)을 잡아 ‘공사’를 치는 것이다. 미혼 재력가는 드물기에 스폰을 잡으면 두 집 살림을 차리게 한다. 최종적으로는 수억원을 요구, 가정에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이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선 접대부 혼자보다 마담, 사장 등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정유미(가명·34)씨가 일한 ㄱ업소 근방. 안덕관 기자

경기도 의정부에서 정유미(가명·34)씨가 일한 ㄱ업소 근방. 안덕관 기자

“이혼이야 내 책임이다. 하지만 너무 억울하다” 

경기도 양주의 한 중소기업 대표인 김진모(가명·45)씨는 올해 5월 탐정사무소를 찾아 토로했다. 결혼 14년 차인 김씨는 회사 근처 비즈니스 모텔에서 4개월째 살고 있다. 배달 음식으로 체중도 10㎏가량 불었다.

유흥업소 접대부와의 두 집 살림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의 ㄱ업소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정유미(가명·34)씨를 만났다. 그 후 관계가 깊어지면서 정씨에게 2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해줬다. 정씨는 돈이 더 필요하다며 아파트는 전세를 내주고 김씨 명의로 고급 오피스텔을 월세로 구했다. 월세 150만원도 김씨 몫이었다. 그렇게 나간 돈이 총 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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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는 점차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연락을 차단하자 정씨는 김씨의 집을 찾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며칠 안 돼서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물론 파탄의 책임이 있는 그에게 승산은 없다. 그렇다면 억울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