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불황을 타지 않는 대표적인 업종은 유흥업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소위 ‘유흥 박스’가 조성된 거리에는 허름한 잡거빌딩마다 내걸린 수백 개의 네온사인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인근 전철역이나 대로변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유흥업소 전단 수백 장이 발에 챌 정도로 굴러다닌다. 이런 업계에 기생하며 10년 넘도록 건재한 직종은 ‘보도(輔導)실장’이다. 특정 유흥업소에 귀속되지 않고 접대부 5~8명을 관리하며, 접대부를 요청하는 유흥업소에 퀵으로 수급한다. 이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란 엄밀히 말해 접대부를 태워다주는 것뿐이어서, 8~10인승 승합차만 갖추면 별도의 사무실도 필요 없다. 결국 세간에서 말하는 ‘보도방(輔導房)’이란 보도실장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뜻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불황 모르는 유흥업계
물론 이들에게도 지켜야 할 업계 룰이 있다. 법적으로 접대부 제공이 금지된 2종과 3종 유흥업소와는 일하지 않는 것이다. 2종 유흥업소는 주류만 제공할 수 있는 단란주점이다. 최근에는 ‘노래타운’ ‘노래빠’ ‘노래궁’ ‘노래클럽’ 등의 간판을 내건 가라오케로 홍보되고 있다. 3종 유흥업소는 주류 판매마저 금지되는 ‘노래연습장’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법망을 피해 보도실장과 커넥션을 갖고 ‘도우미’란 명칭으로 손님에게 접대부를 제공한다. 접대부와 주류 제공이 법적으로 가능한 1종 유흥업소, 즉 룸살롱 업주들에겐 손님을 빼돌리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TC(Table Charge·봉사료)도 1종 유흥업소가 한 타임(90분)에 최소 25만원 선이라면 이런 곳은 최소 절반은 더 싸서 손님들의 발길을 자연히 유도한다.
“그런 사업장을 우리는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한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유흥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이 협회는 룸살롱 업주들이 업계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결성한 비공식 조직이다. 불법으로 접대부를 제공하는 2·3종 업소와 보도방 단속을 지역 흥신소에 의뢰한다. 이 관계자는 “1종 유흥업소 라이선스는 관할 지자체에서 웬만하면 내주지 않아 신규 창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존에 자리한 룸살롱 업주에게 웃돈을 더 주고 ‘인수 창업’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당하게 업장을 운영하는데 불법으로 접대부 빼돌려가며 장사하는 2·3종 업주들을 왜 봐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11월 24일 자정, 의정부에서 만난 흥신소장 김모(31)씨는 번호판에 ‘ㅎ’이 붙은 흰색 카니발을 미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