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대로 수천만원 번다”…BMW 뽑자 악몽 시작됐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22

대포차 대다수는 ‘명의 사기’로 탄생한다. 외제차 한 대를 뽑아 사설 렌트로 돌리면 수천만원은 우습게 벌 수 있으니 차 구입을 위해 대출 명의를 빌려 달라는 수법이다. 이때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매달 할부금과 소정의 수수료를 챙겨주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시점에서 사기 행각이 드러난 셈이지만 피해자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사기범의 능수능란한 화법에 본질을 꿰뚫지 못하거나 움직이는 동산(차량)에도 전세를 붙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 그러려니 넘어갈 뿐이다. 애당초 차량의 소유권자인 대출 명의자가 아니라 제삼자에 의해 판매되는 순간 차량은 대포차가 된다.

“명의를 빌려달라는데 워낙 말을 꼬아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돈 버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넘어갔다.”

사기 피해를 당한 20대 초반 여성은 3주 전 서울 강남의 한 탐정사무소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사기범은 동갑의 직장 동료였다. 사내에서도 일머리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제안으로 모 캐피털에서 1억5000만원 대출을 받아 BMW X7을 구매했다. 하지만 차량을 사설 렌터 업자에게 빌려주고 오겠다던 동료는 돌연 잠적했다. 매달 400만원인 할부금이 밀린 지 8개월째. 사회 초년생이어서 깰 적금도 없을 뿐더러 월급보다 할부금이 많아 연체 이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경찰 민원실을 방문했지만 “대포차가 운행되는 데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타박만 듣고 돌아왔다.

차 키 가진 사람이 갑(甲)

“우선 차의 소재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탐정사무소 소장 주모(33)씨가 말한다. “최소한 차라도 되찾아 캐피털에 넘겨 최대한 변제하고 회생해야 한다.”
주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의뢰를 맡긴 뒤 핸드폰 명세서도 내지 못해 와이파이가 되는 구역에서만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연락해 왔다는 후문이다. 의뢰비는 200만원. 사정을 고려해 무이자 2년 할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