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 준대, 그놈 누구야”…1주일 만에 캐낸 ‘명동의 진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15

이 기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적이 없는 탐정과 흥신소, 심부름센터 조사 방식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조사에는 불법적인 요소가 다분히 수반되며 이를 적바림해 우리 사회에 이런 세계가 존재함을 숨김없이 기록하는 것이 기사의 목적임을 밝혀둔다. 다만 이 기사로 인해 의뢰인과 조사 대상은 물론 사건 관련자 일체의 신변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지명과 인명, 단체명, 기업명 등은 최대한 익명 처리했다.

평판 조회

경기도 의정부역 근처의 한 잡거빌딩에는 간판도 없는 5평짜리 사무실이 있다. 오랜 세월 먼지에 뒤덮여 누르스름하고 불투명한 유리창이 두 칸 나 있는 흥신소다. 흥신소장은 양모(37)씨이며 경력은 6년 차.
일의 성격상 취재에 응하지 않는 탐정이 대다수지만 기자는 한 정보원의 중개로 양씨를 소개받았다. “기사에 사건 관련자들의 실명이 절대 공개돼선 안 된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받고 나서야 그는 동행 취재를 허락했다.
그는 한 사업자의 세평을 조사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40대 초반의 회계사.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사업자로부터 투자를 제안받았다. 매달 투자금의 5%를 챙겨주겠다고 했다. 조건이 나쁘지 않아 투자하려고 하는데 등기를 떼보니 대체 뭐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다. 사업 내용만 20개가 넘는다. 믿을 만한 사람인지 사생활 조사를 부탁드리고 싶다.” 이렇게 말한 의뢰인은 단 일주일을 기한으로 200만원을 주고 갔다.
조사 대상은 40대 H씨. 일단 주어진 건 그의 이름과 나이, 연락처 그리고 성별뿐.

명동식구파?

11월 5일 양씨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소눈처럼 도드라진 눈매가 이쪽을 보더니 풀어진다. 그는 통화를 마친 뒤 서울 노원구에서 활동하는 현직 조폭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줬다.
“H는 명동식구파다. 쩐주를 잘 만나 돈도 많고 주변에 잘 써서 평판도 좋다.”
하지만 양씨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조폭이 누군가를 좋게 말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 돈거래를 튼 사이라면 더 그렇다. 조폭은 이제 하나의 비즈니스 조직이 됐다. 서로 하청을 던져주며 돈을 나눠 먹는다. 최근 호남의 두 조직이 연합해 사채업자와 손잡고 외형자산 3000억원대의 그룹을 강탈한 사건도 있다. 조직 간 나와바리 싸움은 사어(死語)나 다름없다.
다만 정보가 부족한 시점에서 명동식구파와의 접선은 금물이다. 정보 협상에서 던질 거리가 필요하다. 명동식구파는 평판 관리에 예민한 조직이다. 한때 범죄단체조직죄(범단)로 경찰의 관리 대상었지만 5년 전쯤 풀려났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서울 강남의 일프로급 대형 유흥주점을 관리 중이라는 첩보도 입수했다. 조직 실세는 1988년생 모씨.
기자와의 대화 중 양씨는 고개를 갸웃한다. “10년 어린 동생이 실세라면 H는 아주 밀려났거나 조직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양씨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태우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