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찾아가 “일진 다 끌고 와”…탐정 푼 엄마의 ‘학폭 복수’

  • 카드 발행 일시2023.12.13

학교폭력 피해 학생 부모들이 흥신소를 찾고 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측이 중재자가 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실정에 사적 제재에 의지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가 교무실을 찾아오면 “누구 벌주는 기관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로 무리하게 양측의 화해를 권하곤 한다. 설령 학폭에 대한 사안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가해·피해 학생 구도가 통상 다(多) 대 일인 점을 고려하면 일방에 치우쳐진 보고서 내용으로 진상은 가려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 측의 무감각은 때로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은 “학교폭력방지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의 묵살로 끝내 유서를 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2년 6월 대구의 한 중학교를 다니던 소년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일 대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소년의 마지막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2012년 6월 대구의 한 중학교를 다니던 소년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일 대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소년의 마지막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선생님께 학폭 피해를 말씀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김진아(가명·16)양이 흥신소장 김모(31)씨에게 털어놨다. 앞서 김양의 모친은 자기 딸이 올해 서울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6개월간 집단따돌림을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김씨에게 연락을 걸어왔다. 예전의 활달한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이 말수가 줄었고, 학교생활을 물으면 짜증을 내는 모습에 의아했으나 누구나 겪는 한때의 시기일 것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10월 초, 잘 다니던 학원을 관두겠다고 했을 때 딸이 학폭 피해자임을 알게 됐다. 딸을 괴롭히는 소위 ‘일진 무리’가 학원에 다니는 다른 학생을 통해 김양이 왕따라고 소문냈다는 얘기였다. “학원은 우리 딸이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다른 학교 친구가 있는 안식처였다. 그마저 빼앗겨버리니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거였다.” 김양의 모친은 자기 딸에게 다음 날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워 잠들기 전까지 눈꺼풀을 꼬집는 습관이 있는 것도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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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은 학기 초부터 같은 반 일진 무리에게 찍혔다. 일진 무리의 다른 반 친구에게 체육복을 빌려주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한 번 빌려줬는데 너무 험하게 써서 흙먼지가 묻은 데다 옷깃에는 틴트를 닦아낸 흔적도 있었다. 매번 교복과 체육복을 세탁하는 엄마 생각이 나서 거절했는데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김양의 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