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접대부 풀뱀이라며? 그 원조는 ‘서울의 달 한석규’

  • 카드 발행 일시2023.12.22

배우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을 다룬 ‘이선균 유흥업소 접대부는 풀뱀… 골프 실력도 수준급’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이선균 주연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 상장폐지 결정 보도도 본 터라 뱀이 눈에 어른거렸다. 골프장에 사는 꽃뱀, 풀뱀이 늘고 있나 보다. 검색해 봤더니 풀뱀 사건을 다룬다는 로펌도 많았다.

풀뱀(Grass snake)은 유라시아 대륙에 사는 뱀인데 갈색이다. 우리가 연상하는 풀뱀은 미국의 초록색 뱀(Green snake)인 것 같다. 딱 골프장 그린 색깔이다. 이 뱀은 풀이 바람에 날릴 때는 은폐를 위해 머리를 살살 흔들 정도로 약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초록뱀. 사진 위키피디아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초록뱀. 사진 위키피디아

풀뱀 혹은 풀제비가 언제 등장했나 검색해 봤다. 2013년 JTBC의 ‘진화하는 꽃뱀들… 낯선 여인의 술자리 유혹, 의심하라’는 기사는 골프장에서 만난 돈 많은 남성들을 해외로 유인해 사기도박을 벌여 오다 경찰에 잡힌 신종 꽃뱀 얘기를 전했다. 성매매를 알선한 뒤 가짜 공안을 내세워 감금하고 3명에게 15억원을 뜯었다고 한다.

풀뱀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을 유인했으니 풀뱀이 맞다. 2014년에는 골프 인터넷 동호회나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남성을 상대로 10억원의 사기를 친 여성에 대한 보도도 나왔다.

골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풀뱀은 전염병과 함께 확산됐다. 코로나19 집합금지로 유흥업소가 폐쇄됐을 때 화류계 종사자들이 골프장에서 영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선균 사건에 등장하는 유흥업소 종사자는 딱 풀뱀이라기보다는 골프도 잘 치는 꽃뱀이 아닌가 싶다.

골프는 소규모의, 꽤나 폐쇄적인 운동이다. 운동과 더불어 식사를 하고, 라운드는 뒤풀이로 이어지곤 한다. 당연히 멤버들끼리 가까워질 수 있는 친목 도모의 장이 된다. 레슨 현장에서도 그렇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약간의 신체 접촉은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또한 골퍼들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되기 때문에 풀뱀이나 풀제비가 서식할 비옥한 토양이 된다.

이런 사건을 여럿 맡았던 리앤파트너스 이승재 대표변호사는 “골프장 조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술집에서는 상대가 프로라고 생각해 경계하지만 골프장 만남은 일반인으로 접근하니 아무래도 마음을 놓는다. 사기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