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고래’ 상괭이 보러 가자…완도 개머리길, 행운의 절벽

  • 카드 발행 일시2023.12.19

‘겨울에 걷기 좋은 섬길’ 글 싣는 순서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섬은 12월에도 여전히 푸르다. 겨울에 걷기 좋은 섬길 3곳을 소개한다.
① 한겨울 동백 터널, 통영 우도 둘레길
② ‘웃는 고래’ 상괭이 찾아, 완도 개머리길 
③ 절해고도 섬길, 여수 초도 상산봉

지난 15일, 전남 완도 개머리길을 걷고 있는 진호춘 완도수목원장. 김영주 기자

지난 15일, 전남 완도 개머리길을 걷고 있는 진호춘 완도수목원장. 김영주 기자

지난 15일, ‘웃는 고래’ 상괭이를 찾아 전남 완도로 갔다. 실제로 완도읍 망남리 개머리곶에서 상괭이를 만났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해안가 끝에 서서 숨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괭이를 볼 수 있었다. 몸길이 1.5m 안팎의 작은 고래인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다. 그래서 수면 위로 올라올 때도 예고편이 없었다.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도 순간이었다. ‘앗, 상괭이다’ 하는 순간,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해안가에 앉아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난 15일, 전남 완도 개머리길을 걷고 있는 진호춘 완도수목원장. 김영주 기자

지난 15일, 전남 완도 개머리길을 걷고 있는 진호춘 완도수목원장. 김영주 기자

‘완도에서도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구전은 진호춘(44) 완도 수목원장이 알려줬다.
“완도 본섬 남쪽은 바다가 깨끗하고 먹이가 많아서 예전부터 어업, 양식업이 성했던 곳이에요. 우리나라 토종 상괭이는 연안에서 자주 관찰되는데, 남쪽 바다는 잔잔하고 상괭이 먹이가 되는 새우나 작은 고기가 많아 자주 나타납니다. 물론 복불복(복이 좋고 나쁨)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내려와 보세요. 고래를 못 봐도 겨울에 걷기 좋은 상록수림이 아주 좋아요.”
마침 지난주는 바다 날씨가 나빠 연안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이 거의 끊겼다.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완도읍 개머리길과 완도수목원 산책로, 신지도 명사갯길 세 군데를 가보기로 했다. 모두 한겨울에도 푸른 상록수림이다. 해남에서 완도로 이어지는 완도교는 1969년, 완도읍에서 신지도로 가는 신지대교는 2005년 개통했다. 서울에서 신지도까진 차로 다섯 시간 이상 걸린다.

지난 15일, 전남 완도읍 망남리 개머리곶에서 만난 상괭이. 김영주 기자

지난 15일, 전남 완도읍 망남리 개머리곶에서 만난 상괭이. 김영주 기자

개머리길은 완도 남쪽 망남리(望南理)에서 시작된다. 이름 그대로 남쪽을 바라보는 곳이다. 2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데, 완도 청산도에 살던 한 목화 장수가 배를 타고 가던 중 표류해 마을에 정착한 게 시초라고 한다. 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남쪽으로 신지도·청산도·소안도 등이 훤히 보인다. 또 마을 남동쪽으로 개머리, 북쪽으로 작은개머리라 불리는 곶이 있다. 개의 머리처럼 바다를 향해 쭉 뻗은 해안 절벽이다. 갯바위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상괭이 찾아 개머리곶 트레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