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왜 더러운 사람 만드냐” 검사 면전서 서류 확 밀쳤다 [박근혜 회고록34]

  • 카드 발행 일시2023.12.19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왔다. 나는 당시 청와대 관저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며 담담히 결과를 기다렸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헌재 심판도 결국 큰 틀에서 정해진 각본대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이정미 재판관은 20분 넘게 탄핵심판 결정문을 낭독했다. 중계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을 다스리려고 했지만, 이 재판관이 전혀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정적으로 발언할 때는 어이가 없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거나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는 대목이 특히 그랬다.

이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최서원 원장은 나를 속였다. 그리고 그의 위법행위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내게 큰 책임이 있으며, 지금도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최 원장에게 어떤 이익을 줄 목적으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적은 결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 원장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헌재의 결정문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헌재가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목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특검 조사 거부? 靑에 검사 흡연실까지 설치했다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은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탄핵을 인용했다. 중앙포토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은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탄핵을 인용했다. 중앙포토

원래 나는 당시 적극적으로 특검 조사를 받으려고 했다. 박영수 특검은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을 통해 유영하 변호사와 조사 일정을 조율했다. 처음에는 전화로 조율하다가 2017년 2월 초순경 두 사람이 직접 만나서 조사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고 합의했다. 유 변호사는 윤석열 팀장을 만난 다음 날 내게 윤 팀장과의 합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유 변호사는 “윤 팀장과 조사 일시만 미정으로 둔 채 나머지는 다 합의를 했다. 조사 장소는 청와대 비서동(위민2관)으로 하고, 특검보 2명과 부장검사 2명, 검사 1명이 조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조사 형식은 참고인 조사로 진행하며,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녹음, 녹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