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카드 발행 일시2023.12.07

더 헤리티지: 번외편② 문화유산 환수 실무 15년 김병연 사무관

“혹시 이 인장이 한국의 것인가?”

2013년 9월 23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직원으로부터 받은 e메일을 문화재청 김병연(50) 사무관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7개 인장(7 chops)’이라는 제목의 e메일에는 이 같은 문의와 함께 사진 일곱 장이 첨부돼 있었다. 사진 속 용 모양의 뉴(紐, 손잡이)를 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1897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수립하면서 자주국가의 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새로 제작한 국새·어보의 특징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썼다. “당신이 보낸 것은 한국의 역사다.”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문화재청에서 김병연 사무관이 담당한 주 업무가 국외에 있는 문화재 환수다. 대학에서 한문학·국제정치학을,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그는 젊은 시절부터 독도 영유권 등 한국사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국립중앙박물관 7급 행정직으로 입사해 2007년 문화재청으로 소속을 옮겼고 이후 수많은 문화유산 환수 업무에 관여해왔다. 이로부터 얻은 폭넓은 시각과 현장 경험을 살려 최근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역사비평사)라는 책을 펴냈다.

 김병연 문화재청 사무관이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구한말 고종(재위 1863~1907)의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가 2008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문화재청에서 국외문화재 환수 업무를 담당하면서 환수에 관여한 유물 중 하나다. 장진영 기자

김병연 문화재청 사무관이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구한말 고종(재위 1863~1907)의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가 2008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문화재청에서 국외문화재 환수 업무를 담당하면서 환수에 관여한 유물 중 하나다. 장진영 기자

모나리자? 왜 하필 루브르박물관에 속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의 그림을 제목으로 했을까. 이에 앞서 독자 여러분께 묻겠다. 고려가 찍어낸,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는 어디에 있을까? 그렇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다. 이곳은 외규장각 의궤 297책을 영구임대 형식으로 2011년 한국에 돌려준 바 있다. 그렇다면 직지도 돌려달라 해야 하지 않나. 그들은 왜 돌려주지 않는가. 하다못해 한국에서 전시라도 하게 해줘야 하지 않나.

“1911년 모나리자가 루브르에서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2년여 만에 잡힌 범인은 이탈리아 태생이었어요. 그는 법정에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인의 그림이며 나폴레옹이 약탈해 갔기 때문에 애국심 차원에서 훔친 거라고 항변했죠. 하지만 모나리자는 루브르로 돌아갔습니다. 나폴레옹이 약탈한 게 아니라 프랑스 국왕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로부터 값을 치르고 적법하게 구매한 그림이었으니까요.”

이탈리아에선 2019년에도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맞아 일부 극우 정치인(마테오 살비니 등)까지 나서 모나리자 환수 운동을 펼쳤다. 화제성으로 주목받긴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별다른 호응을 이끌진 못했다. 오히려 유네스코 산하 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탈리아 출신 국제법 교수는 단호하게 “모나리자 반환을 위해서는 명백한 불법·부당성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나리자에서 직지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김 사무관이 소개하는 문화유산 환수의 뒷얘기부터 들어보자.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당시 직함)이 방한했을 때 가지고 온 인장 9과가 미국에서 도난품으로 압수된 것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