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5등신 소리 좀 말라”…‘석장’ 이재순은 답답하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2.14

더 헤리티지: 번외편③ 석조문화재 보수 전문 이재순 석장

우리는 부처가 되다 만 화강암 앞에 서 있었다.

사진기자가 촬영을 위해 이재순(68) 석장에게 작업 동작을 취해 달라고 했다. 두꺼운 화강암 앞면에 약탕기를 한 손에 든 약사여래불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가 망치와 정을 들고 늘어진 대의(大衣, 승려의 옷) 주름 부위를 쪼았다. 초 단위로 정이 내리꽂혔고, 그때마다 깨알 같은 돌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작업은 얼마나 하세요?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요.”
이 정도 완성하려면 망치질을 대체 몇 번 해야 합니까.
“그게…보세요. 지금 말하면서 이만큼 했잖아요.(그가 옷 주름 쪽을 가리켰다) 이걸 몇 십 분 하면 이만큼 (완성)됩니다. 그걸 또 몇 시간 하면 이만큼(가슴팍에 손짓하며) 되는 거예요.”
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시간이 아깝진 않으세요?
“하하. 일이니까요. 스님들 염불하듯이, 하는 거죠.”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대한석상에서 화강암으로 약사여래불을 조성 중인 국가무형문화재 이재순 석장. 10대 때 돌 다루는 일을 시작한 그는 1989년 석공예명장, 2007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석장이 됐다. 전민규 기자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대한석상에서 화강암으로 약사여래불을 조성 중인 국가무형문화재 이재순 석장. 10대 때 돌 다루는 일을 시작한 그는 1989년 석공예명장, 2007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석장이 됐다. 전민규 기자

정을 내리친 부위 표면이 거칠거칠해졌다. 매끈하게 잘라낸 기계의 흔적이 사라지고 자연돌 느낌으로 돌아왔다.

“주문을 받으면 돌을 구하는 게 먼저죠. 기계로 큰 덩이를 깎아낸 뒤 형상을 밑그림으로 그리고 전통방식으로 쪼고 다듬습니다. 크기와 종류에 따라 작업시간이 다른데, 예컨대 월정사(강원도 오대산) 석조보살좌상 복제품 같은 경우 작업에만 9개월쯤, 사전작업과 설치까지 합치면 1년 걸렸지요.”

이런 식으로 숱한 문화재를 보수했고, 전국 각지에 불상과 석물(石物)을 조각해 보냈다. 대표적인 게 숭례문 및 성곽(국보), 미륵사지 석탑(국보)과 지광국사현묘탑(국보), 실상사 백장암 석등(보물), 북관대첩비(북한 국보) 복원·보수 등이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 8일 열린 ‘2023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인터뷰는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그의 석공장 ‘대한석상’에서 진행됐다. 석재들이 무심하게 쌓인 뜰에 크고 작은 석조각이 가득했다.

이재순 석장이 다채로운 석조각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10대 때부터 돌 다루는 일을 시작한 그가 1977년 22세에 독립해 개인사업장을 낸 곳이 '대한석상'이다. 이곳에서 전수자 교육도 병행한다. 전민규 기자

이재순 석장이 다채로운 석조각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10대 때부터 돌 다루는 일을 시작한 그가 1977년 22세에 독립해 개인사업장을 낸 곳이 '대한석상'이다. 이곳에서 전수자 교육도 병행한다. 전민규 기자

“열세 살 즈음이죠.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는 못 갔으니께. 이모·삼촌 따라 석재 공장에 아르바이트 가서 처음 돌과 인연을 맺었죠. 제가 뭔가를 하면 처음엔 속도가 잘 안 나는데 어느 상황 가서는 굉장히 빨리 해요. 친구들과 딱지치기 하면 날을 새고라도 기어코 다 따야 들어오는 그런 성격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