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중동 지역에 다녀온 68세 남성 A씨가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첫 확인됐다고 밝힌 것은 2015년 5월 20일이다. 2002년에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호된 경험을 한 것이 기억났기 때문에 만반의 대비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어떤 전염병이든 초기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중동에서 시작된 이 메르스는 우리에게 생소한 질병이었다. 나름 대비를 한다고는 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전의 사스 정도를 염두에 둔 대응이었다. 나중에 대처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이지만 사스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질병의 유입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반면 메르스는 내국인에 의해 질병이 유입된 후 의료기관에서 감염이 계속된 것이어서 사스와 양상이 달랐다. 초동 대응 단계에서 허점이 드러났던 것은 이런 배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사우디 체류 사실 숨겼던 A씨…메르스 퍼졌다
2015년 5월 21일 보건복지부는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대화해야 전염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이런 기준에 따라 첫 환자 A씨와 연관된 64명을 격리했다. 하지만 메르스의 전파력은 이전의 호흡기 질병보다 훨씬 강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1일 당일 세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고, 그는 첫 번째 확진자인 A씨와 같은 병실에 있었던 환자였다. 이어 26일에는 네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후로 거의 매일 1~2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두 달 만에 18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는 38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지금으로선 이런 정도의 감염 상황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큰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네 번째 감염자가 발생한 26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대면보고가 있었다. 일단 호흡기 전염병이 확실한 만큼 확진자와 일반인 사이의 예상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