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10만원, 통장엔 3만원…통닭도 채 못 뜯고 떠났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14

지난달 말 3명에게서 같은 일로 전화를 받았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 집주인, 그리고 그 집에서 숨진 세입자의 형이었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부동산 직원이었다. 월세가 두 달째 입금되지 않자 집주인이 부동산에 연락해 좀 찾아가 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부동산 직원은 집 근처에 들어서면서 이미 각오했다고 한다. 악취가 심했다. 경찰에 신고했고 시신은 숨진 지 한 달이 넘은 상태였다. 고인의 형은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형제는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론 연락 없이 남처럼 지냈다고 한다. 모친 장례식 이후 형제들의 2년 만의 만남은 남은 한 사람의 죽음이었다.

고인의 형과 부동산 직원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나라는 사람과 직업을 알고서 연락해 왔다.
사건을 접한 집주인은 자녀가 꼭 “김새별한테 청소를 맡겨라”고 해서 연락했단다.

사고가 난 원룸은 작은 방 하나, 단차가 높은 화장실이 있는 5평 남짓의 협소한 공간이었다.
살림살이는 원래 원룸에 딸린 가전제품과 가구, 그를 제외하면 고인의 짐은 옷가지와 주방용품 정도가 다였다. 시신 수습 과정에서 어지럽혀진 것도 있겠지만 좁은 방 안엔 애초에 쓸 만한 수납장이 부족했다. 얼마 안 되는 살림조차 좁은 방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방치 기간이 꽤 되는 시신의 흔적으로 봤을 때 단차 높은 화장실에서 내려오다가 실족사한 것으로 짐작됐다. 아마도 샤워를 마치고 젖은 발로 여기저기 쌓아둔 물건들을 피해가며 단차 높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짧은 순간 생과 사가 결정됐다.
사실 실족사는 고독사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품정리 중에 나온 월세계약서를 보니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