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그 냄새 또 납니다” 어느 원룸촌의 연쇄 고독사

  • 카드 발행 일시2023.10.24

유품정리사를 시작하고 2, 3년 정도 되었을 즈음, 아주 예전의 일이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고독사 현장이었다. 20가구가 넘는 원룸 건물의 2층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젊은 남성이었다.

일이 손에 익기 전이라 ‘시취’와의 전쟁은 고전이었다. 냄새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쉽지 않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야 겨우겨우 해결하던 때였다. 녹초가 돼 돌아와도 한명 한명의 사연이 떠올라 밤마다 잠도 설쳤다.

업무상의 필요도 있고 해서 당시부터 나는 의뢰인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날짜와 장소를 함께 입력한다.
‘○○○○년 ○○월 ○○일 화성원룸 홍길동’ 이런 식이다.
언제 어디에서 연락이 왔는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다. 저장된 날짜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안녕하셨어요.”
“네,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대표님께서 좀 도와주셨음 해서요.”

건물주의 말을 들어보았다.
1년 전 청소한 집의 위층에서 그때와 비슷한 악취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출동했다가도 그냥 돌아가거나 아예 와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악취는 점점 심해지고 입주자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더러 현장에 와서 ‘그 냄새’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매우 간곡한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마침 일이 없던 날이었고 화성으로 갔다.

도착하니 건물주가 이미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드리면 나오시지 왜 미리 나와 계셨어요.”
“마음이 급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오신다고 하니까 더 급해지더라고요.”

10년도 한참 전의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고독사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고, 그런 죽음이 있다고 하면 백이면 백 모두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건물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건물에서 같은 일이 두 번이나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탓인지 안색이 무척 어두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