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룸엔 수액만 가득했다…中유학생 ‘코리안드림’ 비극

  • 카드 발행 일시2023.10.17

서울 회기동 대학가에는 외국인 거주자들이 많다고 한다.
원룸은 보증금 없이 월세 45만원.
고인은 30대 중반의 중국인 여성, 유학생 신분이었다.
며칠 전에 다녀온 현장이다.

의레 고독사 현장에서 진동하는 시취를 느낄 순 없었다.
다행히도 시신을 일찍 수습했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건물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인이 숨진 건 지난 5월이었다.
시신은 바로 수습했으나 외국인이다 보니 고국의 유가족과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고 다른 나라 사람이라도 타인의 물건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서류상의 정리가 두 나라를 오간 뒤 수개월 만에야 내게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현장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제서야 고인의 유품도 잠들 수 있었다.

건물 관리자는 고인과 얼마간의 친분은 있었던 모양이다.
사건 며칠 전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곤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던 그녀는 “너무 힘들어서요”라고 대답하곤 숨을 헐떡이며 2층으로 올라갔단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도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 신고를 했다.
고인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먼 나라, 좁은 공간에서 외로운 죽음.
집안에는 링거도 아닌 처음 보는 모양의 수액들이 가득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진료 기록과 일기, 편지, 메모들이 있었다.
남긴 글은 비슷한 결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 현재의 고달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렇지만 희망과 관련된 내용도 다짐하듯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