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 그거 내가 할게” 이용호 특검팀, 우병우 왔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0.18

서초동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야산의 경사를 따라 봉긋봉긋 솟아오른 그 봉분들에는 그 숫자만큼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 서러운 시대를 관통한 탓에 원혼(冤魂)의 형태인 것들도 적지 않았다.

대검찰청의 육중한 돌덩이가 그 위를 덮은 뒤에도 대(代)가 끊긴 건 아니었다. 그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다친 이들 중 일부는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원혼이 되곤 했다.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던 한 국세청 사무관이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불명예스럽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맸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고였다.

수사 주체였던 대검 중수4과장이 대검 차장을 찾아가 “내 책임이니 사표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법무부 장관 최경원, 전 검찰총장 박순용,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지검장을 역임했던 안강민 등 기라성 같은 동기(사시 8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선두 주자였다.

사표는 반려됐지만 이 사건 이후 그의 보직은 동기들의 그것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갔다.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끝내고 차장이 되기 직전 그는 고민 끝에 옷을 벗고 변호사로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