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조카’가 등장한 순간…보물선 뜨고 국정원 움직였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0.11

저 속에 금괴가 있다고?

 환상 속 존재인 보물선은 아주 드물게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그 몇 안 되는 실체 중 하나인 신안 보물선의 인양 장면, 700년 전 원나라와 고려를 오갔던 이 배에는 국보급 자기 등 엄청난 보물이 실려 있었다. 중앙포토

환상 속 존재인 보물선은 아주 드물게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그 몇 안 되는 실체 중 하나인 신안 보물선의 인양 장면, 700년 전 원나라와 고려를 오갔던 이 배에는 국보급 자기 등 엄청난 보물이 실려 있었다. 중앙포토

푸른 물속을 심드렁하게 들여다보던 소윤하의 눈이 그 한마디에 커졌다. 민족정기선양위원회 위원장 명함을 사용하던 그는 일제가 전국 곳곳에 박아 놓았다는 혈침, 즉 쇠말뚝 뽑기 작업을 주도하고 있었다.

남해안 일대를 돌며 해저 쇠말뚝의 소재를 파악하던 그가 전남 진도 남쪽의 작은 섬 죽도에 이르렀을 때였다. 김씨 성을 가진 현지 주민이 지역에 떠돌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기 쇠말뚝 말고 보물도 있어. 일본 강점기 때 일본군이 대포 포신 7개에 금괴를 가득 채워서 저기 묻어놨다니까.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김씨가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쳐다봤다.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구멍을 일부러 막아놓은 뚜껑처럼 보이는 그 물체는 아무리 봐도 인간의 손을 탄 것이었다. 발파 흔적도 보이는 듯했다.

거기서 녹물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의뢰한 그는 망간, 철, 구리 등이 주성분이라는 내용의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보물 탐사에 뛰어들었다.

수중 탐사전문가 오세천이 합류한 건 1997년이었다. 공수특전단 중사 출신인 그는 고향 땅값이 오르자 그걸 밑천 삼아 소윤하의 동지이자 동업자가 됐다. 하지만 보물은 떠오르지 않았고, 2년에 가까운 노력과 투자금은 고스란히 수장됐다.

군인 출신의 수중탐사 전문가 오세천. 보물 탐사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던 그가 이용호와 연결된다. 중앙포토

군인 출신의 수중탐사 전문가 오세천. 보물 탐사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던 그가 이용호와 연결된다. 중앙포토

전주(錢主)가 필요했다. 그게 이용호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보물 탐사에 뛰어들자 국가가 움직였다.

이용호 때문이 아니었다. 이용호의 그림자 속에 은밀하게 똬리를 틀고 있던 한 인물의 힘 때문이었다. 그는 ‘영부인의 조카’이자 ‘대통령의 처조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