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어, 완전히 망했어” 檢 몰락 뒤엔 우병우·윤대진

  • 카드 발행 일시2023.10.25

사장으로 일하신 내역을 최대한 상세히 기재해 주십시오.

2002년 1월 10일 서울 삼성동 옛 한국감정원 건물 7층에 있던 특검팀 사무실에서 특별수사관 이창현(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A4 용지 몇 장을 내밀었다. 그걸 받아 쥔 신승환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펜을 들었다.

특검팀은 신승환이 이용호로부터 받은 6666만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를 소환했다. 특검팀은, 그리고 많은 이가 그가 형인 검찰총장 신승남의 위세를 등에 업고 부정한 금품을 받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신승환은 “이용호가 대주주로 있는 지앤지구조조정의 사장으로 일하면서 정상적인 급여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 시간 뒤 되돌아온 종이에는 약간의 진실과 많은 거짓이 담겨 있었다. 이창현이 빽빽한 자필 진술서를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사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 직원 중에 사장님이 실제 사장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태반이 사장님 얼굴도 못 봤답니다. 의료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으시고, 사장 취임식도 하지 않으셨네요? 형님이 차기 총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날, 이용호가 사장님 계좌에 5000만원을 입금했는데 우연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