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의 왕: 이용호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검찰은 언제나 뉴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 기관만큼 부정한 권력의 추락을 극적이고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는 현장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의의 집행자였던 검찰이 언제나 정의로웠던 건 아닙니다. 때로는 단죄해야 할 권력을 오히려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제 조직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정의를 저버리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검찰의 흑역사가 가장 생생하게 드러났던 사건이 ‘이용호 게이트’입니다.
조직과 수장,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던 검찰은 특별검사팀에 의해 진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침몰합니다. 그것도 유착의 대상이었던 권력의 실세들까지 함께 말입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표변하는 검찰의 모습이 여전히 목격되는 현실에서 시금석과도 같은 옛 사건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청장(靑壯)이 공존하는 얼굴을 초췌한 안색이 짓누르고 있었다. 내 천(川)자로 내리 그려진 미간의 세로줄은 타는 속을 대변했다.
수의(囚衣) 저고리 속으로 마른 침을 씹어 삼키느라 분주한 울대가 도드라져 보였다. 목이 타는지 연신 물을 들이켜던 그가 어느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검찰총장님 동생분께 돈을 드렸습니다.
공간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 공간, 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점유하고 있던 검사들은 순간적으로 진공 상태를 경험했다. 그의 자백은 상승기류를 타고 초고속으로 올라가더니 그가 지목한 그 검찰총장의 귀에 도달했다.
도화선에 불이 붙은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지앤지(G&G) 구조조정 회장으로 불렸다. 그건 공깃돌 갖고 놀 듯 남의 돈으로 많은 기업을 사고팔면서 그가 얻은 무수한 직함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의 이름이 ‘게이트’를 수식하는 형용사로 사용되면서 그는 모든 직함이 무색해질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 된다.
그 사내, 이용호가 입을 열었다. ‘게이트의 왕’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