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못된’ 아들이 떠난 뒤, 매맞는 할머니 마지막 부탁

  • 카드 발행 일시2023.09.12

몇 년 전 청주에 있는 한 아파트 관리실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입주자 대부분 홀로 거주하는 곳이다. 고독사와 같은 일이 잦다. 사건이 생겨도 유가족이 뒤처리를 거부한다. 아예 가족을 못 찾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무연고자 처리가 되기 때문에 결국 아파트 관리실 측에서 연락해 올 때가 많다.

더러 의뢰를 받는 현장이기 때문에 홀로 살던 어르신의 죽음으로 알았다. 막상 가 보니 고인은 5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집 안은 치우지 않은 음식물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설거지 거리가 널부러져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이 방 안에 뒹구는 건 술병들이었다.
간단히 묵념을 하고 유품정리를 시작했다. 먼저 사고가 발생한 장소의 흔적을 먼저 치우기 시작했다. 술병은 한 곳에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신이 있던 자리에도 술병이 굴러다녔다.

‘술을 너무 많이 드셨네.’
내가 가는 고독사 현장의 70% 이상은 술병이 가득했다. 내가 하는 일은 과도한 음주가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런 현장에 가 보면 술병만큼이나 굴러다니는 것이 동전이다. 왜 그럴까. 늘 보지만 아직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동전을 보면 줍지 않고 견딜 수가 없다. 10원짜리는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장갑을 껴서 무뎌진 손으로 부패물에서 흘러나온 기름기가 잔뜩 묻은 동전을 줍는다. 나도 내가 왜 이걸 줍고 있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이렇게 고인의 집 안 곳곳에서 주워담은 동전들은 깨끗이 씻고 말려 유가족에게 전달하지만 손도 대기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무연고자인 경우 전해줄 이들도 없다. 나는 그렇게 버려진 동전들을 모아놓았다가 연말 자선냄비에 한꺼번에 기부하곤 한다.

이번에도 한창 청소를 하며 동전을 줍고 있을 때였다. 웬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무슨 일이세요?”
고독사 현장은 굳이 막지 않아도 누구든지 들어오는 것을 꺼려 한다. 갑작스러운 노인의 등장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내가 이 집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