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가 남동생의 죽음을 알려왔다.
방 한 칸, 현관 입구의 주방과 화장실. 현장은 흔히 의뢰받는 원룸이었다.
먹을 것이라곤 없는 집에 온통 술병이 가득했다. 아니 먹을 것이라곤 술안주로 때웠는지 과자 봉지 몇 개가 전부였다.
고인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쉬고 있었다고 했다.
병명은 짐작한 대로 간경화였다.
고인의 나이는 불과 34세였다.
쓰레기통에도, 바닥에도 술병이 가득찬 방 한쪽에 낯설다고 해야 할 만큼 아기자기한 손글씨의 메모지들이 붙어 있었다. 여자친구의 사진과 함께 메모를 벽에 붙여 놓았다. 그것이 고인의 몇 안 되는 유품이었다.
“맨바닥에 오래 앉으면 아프니까 깔고 앉으라고 엉덩이 쿠션 샀어!”
“더운 날씨에 더 고생하는 여보를 위해 비타민! 힘내자! 아자자!❤”
그리고 “병원 가자”는 말도. 여러 장의 메모에는 고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나왔다.
여자친구가 일기처럼 써 준 것으로 보이는 수첩도 있었다. 만나다가 헤어지길 반복했던 모양이다. 여자는 결혼할 생각으로 만나는 것이 맞냐고 묻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고인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