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개위 싸우기만 했잖아요?” 한노총 면전서 쏘아붙인 DJ

  • 카드 발행 일시2023.09.08

올해 상반기 [김기찬의 ‘노조를 말하다’]를 연재했습니다. 제5의 권력으로 불리는 노조의 권력다툼, 이념성, 정부의존형 회계, 계파 갈등 등 감춰진 속살을 들여다봤습니다.
시리즈가 나간 뒤 ‘시즌2’를 요청하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특히 정책을 둘러싼 이면의 이야기를 주문해 왔습니다. 친노동 정부는 노조의 행동을 지지만 했을까요? 정책 당국자의 고충은 없었을까요? 이런 뒷장면을 통해 노조의 활동을 진단해 봅니다.
정책을 둘러싼 노조의 관점과 태도, 그에 따른 경제적 파장, 한국 노동운동의 변천 과정, 외국의 노동운동과의 차이 등을 짚어봅니다. 원로 노동운동가, 전·현직 정책 담당자, 외국의 석학 등이 직접 증언합니다.

대화로 개혁하자는 건 좋은데, 그런다고 결론이 나겠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이 당선인 신분이던 1998년 1월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자택을 찾아온 당시 박인상(전 국회의원) 전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쏘아붙이듯 한 말이다. 박 전 위원장이 DJ에게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노사정위를 만들어 그곳에서 다루고, 대화로 타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한 데 대해서다.

DJ, 한국노총 위원장에 “15대 대선의 도루상감” 치켜세워

15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DJ가 친노동 후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박 전 위원장은 당시 야당 후보와의 정책연합을 꺼리는 한국노총 내부 기류를 의식, 한국노총 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박인상 개인 이름으로’ DJ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이남순 당시 사무총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선거운동도 열심히 했다. 대선이 끝난 뒤 DJ는 “이번 대선의 MVP는 (DJP 연합에 합의한)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였지만, 박 위원장이야말로 야구로 치면 도루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15대 대선 다음 날인 1997년 12월 19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운데)가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왼쪽에서 둘째)와 함께 중앙선관위가 전달한 대통령 당선증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부터 JP의 부인인 박영옥 여사, JP, DJ, 이희호 여사, 박태준 자민련 총재. 중앙포토

15대 대선 다음 날인 1997년 12월 19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운데)가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왼쪽에서 둘째)와 함께 중앙선관위가 전달한 대통령 당선증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부터 JP의 부인인 박영옥 여사, JP, DJ, 이희호 여사, 박태준 자민련 총재. 중앙포토

그런 DJ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박 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에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정부 주도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선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