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보고도 없이 장도영 체포…박정희 “혁명에도 의리 있다” (17)

  • 카드 발행 일시2023.08.21

JP에게 늘 의문의 인물이 있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내각수반,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 계엄사령관의 5개 직책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장도영이다. 그는 혁명세력에게는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였다. 중앙정보부장 JP는 그를 체포하기로 결심했다. 박정희 부의장에겐 비밀에 부쳤다.

1961년 5월 24일 장도영은 난데없이 기자회견을 통해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날인 23일엔 박정희 부의장이 매그루더 사령관과 회동하는 등 미군이 혁명정부를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던 시기였다.

장 의장의 발표는 우리와 사전에 상의 없이 이뤄져 ‘도대체 무슨 뜻을 품고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서 무슨 언질을 받아 엉뚱한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생겼다. 그는 또 사흘 뒤엔 비상계엄을 경비계엄으로 바꿨다. 이 역시 우리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

장 의장의 속을 알 수 없었다. 혁명 전후 그의 기회주의적인 행적은 나의 주시 대상이었다. 거사를 준비하고 있던 4월 10일에도 그는 박정희 소장을 통해 내가 작성한 혁명계획서를 전달받았지만 끝내 반환하지 않았다. 5·16 새벽엔 한강 다리를 건너던 혁명군에 발포를 명령하더니 오후엔 혁명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 나는 이제 중앙정보부장으로서 혁명을 흔드는 세력을 눌러야 했다. 5월 31일 장 의장은 AP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8월 15일을 전후해 민정 이양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윤보선 대통령의 내심을 반영하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