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우리 로봇합시다” 사재 2390억 내놓은 속내

  • 카드 발행 일시2023.08.21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 로보틱스랩에서 연구원들이 서비스 로봇인 달이(DAL-e)를 시험하고 있다. 10세 남자 아이를 모티브로 개발한 달이는 키가 1.1m 정도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고 얼굴 인식과 대화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키우고 있다. 사진 현대차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 로보틱스랩에서 연구원들이 서비스 로봇인 달이(DAL-e)를 시험하고 있다. 10세 남자 아이를 모티브로 개발한 달이는 키가 1.1m 정도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고 얼굴 인식과 대화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키우고 있다. 사진 현대차

회사, 더 나아가 한국,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로봇 시장은 꼭 잡아야 합니다. 현대차그룹이 이 역할을 담당하면 좋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2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임원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의 분위기는 그동안 열렸던 회의와 사뭇 달랐다. 그해 10월 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긴 발언을 이어가며 미래 먹거리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당위성을 꺼내며 임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듬해인 2021년 6월 소프트뱅크그룹과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마쳤다. 현대차(지분 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각각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정 회장도 사재 239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사들였다.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은 지분 80%를 소유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두 단어로 압축하면 ‘도전’과 ‘확장’이다. 전자는 세상에 없던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동차 시장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은 자동차를 넘어서려는 ‘퀀텀 점프’ 전략의 중심축이다.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물리학에서 파생한 단어로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이나 발전을 뜻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현대차의 로봇 투자는 그동안 5년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짧지만 로봇 조직은 그룹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시작은 2018년 1월이었다. 수석총괄부회장을 맡고 있던 정 회장은 로봇·인공지능(AI),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을 5대 미래 혁신 성장 분야로 설정해 발표했다. 그해 남양연구소 산하에 로보틱스팀이 꾸려지며 모빌리티와 연계한 로봇 연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