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변양호에 돈 줬다” 불씨 되살린 그날의 자백 ⑪

  • 카드 발행 일시2023.07.11

가을이 무르익던 2006년 어느 날, 대안(對岸)의 주룽(九龍)반도와 좁은 바다를 공유하는 홍콩 섬 북변(北邊)의 대형 건물 안 사무실에서 서류 봉투가 밀봉됐다.

그 건물 전면에는 염정공서(廉政公署)라는 네 개의 한자가 정사각형의 틀 속에 강렬한 붉은색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훗날 한국 공수처가 모델로 삼았다는 반부패수사 전문기관의 이름이다.

홍콩의 대표적 반부패 수사기관인 염정공서. 사진 구글 스트리트뷰

홍콩의 대표적 반부패 수사기관인 염정공서. 사진 구글 스트리트뷰

거기서 반출된 봉투는 서쪽으로 내달려 첵랍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가 이번에는 동쪽으로 한참을 날아갔다. 인천국제공항에 부려진 봉투의 종착지는 대검 중수부였다.

그 속에 중수부가 원하던 바로 그 ‘팩트’가 들어 있었다. 미국 론스타 본사에서 홍콩 HSBC에 개설된 한 계좌로 42만 달러가 송금됐다는 내용이었다. 계좌를 개설한 인물은 변호사이자 당시 현대해상 대표인 하종선이었다.

검찰은 미국 법무부를 통해 론스타가 하종선 명의의 워싱턴뮤추얼뱅크 계좌에 63만 달러를 꽂았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