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에게 카드 준다, 특수교사 아빠가 ‘느린 아이’ 키우는 법

  • 카드 발행 일시2023.07.10

외면했어요. 아니, 부정했다는 말이 맞겠네요. 특수교사인 내가 모를 리 없다면서 검사도 미뤘죠. 그런데 피한다고 없는 일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죠.

15년 차 특수교사인 이보람(38)씨는 딸이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올해 아홉 살이 된 막내 딸은 그에겐 남다른 아이다. 생후 100일 무렵 입양했다. 외환위기로 가족과 뿔뿔이 헤어진 채 할머니 손에 큰 그는 늘 단단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가정이 갖고 싶었다. 교회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24세에 일찌감치 결혼한 것도 그래서다.두 아들 밑으로 막내 딸을 입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어린 시절 자신처럼 외롭게 살아야 할 아이에게 단단하고 의지할 수 있는 아빠가 돼주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낳은 두 아들보다 늘 더 애틋했다. 그런 딸이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던 날, 그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고 했다.

15년 차 특수교사인 이보람(38)씨는 경계선 지능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그는 "제아무리 특수 교육 전문가라도, 내 아이 일이 되니 눈앞이 깜깜해지더라"며 "내 아이가 느리다는 걸 인정해야 비로소 느린 학습자 부모의 길을 걷게 되더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15년 차 특수교사인 이보람(38)씨는 경계선 지능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그는 "제아무리 특수 교육 전문가라도, 내 아이 일이 되니 눈앞이 깜깜해지더라"며 "내 아이가 느리다는 걸 인정해야 비로소 느린 학습자 부모의 길을 걷게 되더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IQ)가 정상과 장애 중간에 있는 걸 말한다. IQ 71에서 84사이면 경계선 지능이라고 본다. 이 아이들은 정상 범주에 있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다. 학습도, 관계 맺기도,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속도가 느릴 뿐이다. 하나를 배우려면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야 한다.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이유다. 느린 학습자는 생각보다 많다. 이 교사는 “전체 인구의 약 13.6% 수준”이라며 “한 학급에 한두 명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